NGO, 대규모 토론회 - 법무부, 기습 입법예고
22일 법무부는 전격적으로 '인권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이를 9월 정기국회 개원과 동시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 때 잠잠했던 법무부와 민간단체 사이의 인권위원회 위상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이번 법무부 법안의 요체는 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가 아닌 민간기구(비정부기구)로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15대 국회에서 큰 논란 끝에 폐기되었던 안을 약간의 손질을 거쳐 다시 상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오래 전부터 이를 '약체 인권위원회'라고 비판해온 민간단체들은 이번 기습적인 입법예고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72개 인권 관련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상임공동대표 송두환, 공대위)는 이미 지난 7월 19일 성명을 발표, "국가인권위원회는 반드시 모든 국민과 인권단체들의 협력과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었다.
법무부의 이런 '기습'은 지난 10일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방한했던 직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법무부의 '인권법'을 지지해줄 것을 간청한 김정길 법무부 장관에 대해 로빈슨 고등판무관은 "법무부 안을 지지하기 어렵다. 민간단체와의 의견 차이를 줄이는 노력을 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최영애 성폭력상담소 소장(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관련분야 국제사회 책임자의 합리적인 의견을 무시한 처사이며 그저 밀어붙이는 법무부의 태도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또한 법무부는 "인권법 제정과 국가인권기구의 설치가 답보상태"라고 지적한 대한변협 '99 인권보고서에 관한 반박자료에서 "인권법 제정 지연은 전적으로 일부 인권단체의 책임"이라고 공대위를 비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부 인권단체가 누구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국가인권기구공대위를 의미한다"라고 대답했다.
결국 올 가을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둘러싼 법무부와 민간단체 사이의 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 대규모 토론회 준비
한편 민간인권단체들은 실효성 있는 인권위원회 설치를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공대위는 오는 9월 5일과 6일 이틀간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인권활동가를 위한 인권위원회법안 토론회'를 갖는다. 전국에서 활동가, 연구자, 법조인 등 150명 정도가 모여들 것이 예상되는 이 대규모 토론회는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일선 활동가들의 철저한 이해를 도모하고, 다양한 인권운동의 현장경험 속에서의 국가인권기구 활용방안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형사피의자 △어린이․청소년 △장애인 △재소자 등 20여개 분야에 대한 국가인권기구 활용방안을 집중토론 하며 공대위는 이 토론의 결과가 충분히 반영된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법'안을 정기국회에 입법 청원할 예정이다.
곽노현 공대위 상임공동집행위원장(방송통신대 교수)은 "이 토론회에 법무부 관계자도 초청하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지만 법무부가 묵은 법안 재상정을 강행하고 입법 지연의 책임을 전적으로 공대위에 돌리는 조건에서는 그런 노력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