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공청회, '권한 중첩' 싸고 평행선
5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법안에 관한 공청회가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조용환 변호사, 법무부 오병주 인권과장 등 각계 전문가 8명이 진술인으로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3년에 걸친 인권단체와 법무부의 대립이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도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국가인권위에 독립성과 강한 조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과 인권위에 강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법무부 및 기존의 각종 위원회들과 권한과 관할에 있어서 중첩되어 마찰이 일어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주로 '역할 중첩'과 '입법 과잉'을 우려하는 질문을 진술인들에게 퍼부었다. 특히 최병국 의원(한나라), 김학원 의원(자민련)은 인권위원회 무용론까지 풍기는 노골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공대위 조용환 변호사는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령 제·개정에 있어서 왜 유독 법무부와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법무부의 부설기구라는 낙인을 찍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딱히 범죄로 분류하기가 애매한 '회색영역'의 인권침해로부터 국민을 간편하게 구제하겠다는 방식에 대한 기존 기관의 지나친 경계를 비판하면서 시정명령권도 없는 인권위가 증인신문권, 참고인 직접 소환권 등 실효성 있는 조사수단마저 갖지 못한다면 인권위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한국여성개발원 김엘림 수석연구위원은 "이러한 중복이 권리구제 서비스의 다양화란 측면에서 볼 때 국민들의 인권증진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법사위원들의 우려를 반박했다.
한편 법무부 오병주 인권과장은 "인권기구를 민간기구로 하는 것이 법무부의 입장"이라고 발언, "국가기구로 하기로 한 당정협의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천정배 의원의 호된 질책을 샀다.
장장 6시간 여에 걸친 공청회가 끝나고 법사위원들과 진술인들이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갑자기 "잘 지켜!"라는 말이 들려왔다. 한때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최병국 의원이 법무부 오병주 인권과장과 악수를 하며 던진 격려의 말이었다. 법무부의 권한과 위신을 잘 지키라는 뜻이었을까? 어쩌면 바로 이 말이 답답했던 법사위 공청회의 결론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