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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청소년들의 이유있는 저항

두발자유 권리 요구 들끓어


"앞머리 2㎝" "귀밑 3㎝" "바리깡 단속". 수십 년간 변함없는 교문 풍경에 대한 청소년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치마를 들추어 속치마 검사를 하는 것, 손끝부터 발끝까지 점수가 매겨지는 것, 교문 앞에서 고슴도치처럼 머리카락을 잘리는 것 등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청소년들의 움직임은 이러한 관행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에 9만여명 서명참여

우선 지난 5월부터 인터넷상에서는 서명운동에 불이 붙었다. 청소년 관련 사이트인 사이버유스, 채널10, 아이두가 운영하고 있는 '두발제한반대 서명운동'에는 26일 현재 9만여 명이 참여했으며, 그 내용은 교육부에 전달될 예정이다. 또 '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준)'은 지난 6월부터 대학로와 명동 일대에서 두발규제 폐지 캠페인을 벌여왔다. 두발자유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요구는 서울시교육청 게시판을 연일 달구고 있다.


교육청 '일관된' 발뺌

"오늘 머리를 20번은 넘게 잘렸습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라는 항의부터 "교육청은 학교하고 학생이 해결하라는데, 해결이 안되니까 교육청에서 나서달라는 겁니다!"는 한탄, "바리깡으로 밀렸어요. 10번 넘게 참았는데, 이번에 전학 실패하면 고발할 꺼에요"라는 협박성 발언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은 다양하다.

그러나 교육청은 "두발 관련 문제는 교육청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위임되어 있는 사항입니다.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획일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게시판을 찾은 청소년들로부터 "참으로 일관성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8월 초 두발관련 규정을 개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학교에 보낼 계획이었으나 한 달 만인 9월초에는 공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등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스로 인권을 말하게 하자"

두발자유화 논의와 관련해 김정욱(전교조 학생생활국) 교사는 "두발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문제임에도 기성세대가 보기에 안 좋다고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또 청소년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인권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서로를 존중하고 인권을 실현하는 사회에 마땅히 있어야하는 것"이라 말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두었다는 이석재 씨는 "염색이나 특이한 머리형태가 아닌 이상 아이들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두발 완전 자유화를 요구하는 청소년들과는 약간의 의견차를 보이면서도 "청소년을 '아이들화'하지 말고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해야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는 활동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중고등학생연합(준)은 오는 30일 두발자유화를 포함해 학생 인권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은 '학교민주화 공동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선언과 함께 학생인권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연합의 윤아무개(17세)군은 "이번에 학생회가 많이 참여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학생회가 외부단체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니까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징계 얘기도 나오니까…"라며 현실적 어려움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생의 인권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고 다음에는 같이 참여할 수 있겠죠"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