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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뷰> 한홍구 베트남진실위 집행위원

"진실규명만이 참전군인 명예회복"


한국군이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문서가 공개됐다. 한홍구 집행위원으로부터 문서공개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오늘 공개된 문서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 1968년 2월 12일 퐁니․퐁넛 마을에서 여성과 어린이 69명, 10월 22일 호앙쩌우 마을에서 22명을 살해한 한국해병 2여단에 대한 미군측 조사보고서와 1969년 4월 15일 푸옥마이에서 민간인 4명을 살해한 한국 해병에 대한 한․미․베트남 합동조사단 보고서 등이다.


◎ 이 문서가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증거가 되나

= 확고한 증거다. 1969년 4월 15일 사건을 조사할 때 한국군도 참여했고, 최종보고서에 한국군 책임자도 서명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는가


◎ 문서 공개로 진실규명운동의 전기를 맞게됐는데

= 증언에 의존하던 단계를 벗어나 최초로 믿을만한 문서가 발굴되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당시 한국측 조사보고서나 미국과 오간 문서들을 공개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 참전군인들은 민간인 학살이라는 용어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민간인피해라 할 때는 정당한 교전행위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희생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서에서 미군측은 만행(atrocity)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학살(massacre)과 만행은 규모의 크고 작음으로 구분되는 정도이지 그리 다른 용어는 아니다. 그리고 문서에 있는 사진을 보라. 어린이와 여성을 근접사한 것, 유방이 도려진 것 등 전형적인 학살이 아닌가


◎ 진실위 활동이 조국의 명으로 열심히 싸운 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나라를 망신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 분명히 말하지만 참전군인 모두가 학살에 참여했다는 게 아니다. 그 분들이 자식으로부터 '아버지도 학살에 참여했지?'하는 질문을 받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가 어디서 학살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길이 옳은 길이고, 학살에 참여하지 않은 대다수 참전군인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적과 민간인이 구분되지 않았던 베트남전의 속성을 너무도 모른다는 항변을 많이 듣는다. 군과 민간인이 모호하기는 우리 근대사 의병전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일제가 의병소탕을 빌미로 저지른 수많은 학살이 정당화되나? 전쟁을 겪은 당사자들의 절박한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절박함이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고통스러워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