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회·호텔롯데 진압 '폭력', 기소권 남용
지난 12일 노동자대회와 관련해 단순히 각목을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힌 노동자들은 구속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호텔롯데 파업을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혐의없음', '죄가 안 됨'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기소권을 차등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 스스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라며 '기소유예' 처분하는 데 그쳐 검찰이 경찰의 폭력행위를 적극 제지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호텔롯데 파업노동자에 대한 강제진압으로 롯데노동자와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폭력, 독직폭행, 직무유기 등으로 경찰을 고소․고발한 것에 대해 아무도 기소하지 않았다. 서울지검은 '공소부제기 이유'에서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당시 노동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 이무영 경찰청장 등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 등에 대해 "범죄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며 '각하'하고, 경찰 양석순, 심재석 등이 당시 호텔롯데 근처에 있던 김정근 민주노총 조직2국장 등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김 국장 등을 폭행해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사실에 대해서도 "피의자인 양석순 등이 고소인들 때린 사실이 없다고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한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또 사건을 조사하면서 경찰 측은 피의자의 변명을 듣고 양석순 등의 동료경찰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반면, 고소인 측의 조사는 대리인만 불러 조사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소․고발인에 대한 조사는 '형식적'으로 하고 경찰에 대한 조사는 참고인까지 불러 '충실하게' 한 셈이다.
검찰, 경찰폭력 제지 기회 놓쳐
특히 서울지검은 7월 10일 경찰청 홈페이지에 등록된 '롯데호텔노조 파업진압에 대한 경찰입장'에 "진압 후 흩어진 노조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경찰봉을 1~2회 과도하게 사용하고 발길질한 사실이 확인되었는바…"라고 분명히 폭력행위를 인정한 부분마저도, "노조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라는 진압명령을 수행하는 노조원들로부터 구타당하여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으로 영창 5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번 검찰처분에 대해 강문대 변호사는 "노동자대회와 관련해 구속되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들은 단순히 각목, 쇠파이프, 돌멩이를 들고있거나 경찰을 때리는 장면이 찍힌 경찰 채증사진이 증거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이번 처분은 명백한 기소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호텔롯데 노조 이남경 사무장은 이번 처분에 대해 "경찰폭력은 기소도 안 되니 (경찰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롯데호텔 진압 때를 생각하면 서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소인들의 대리인 권두섭 변호사는 "즉각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파업진압과 관련, 호텔롯데 노동자 등과 인권운동사랑방은 7월 14일, 8월 1일 살인미수․폭력행위․독직폭행 등의 혐의로 각각 고소․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