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당국,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
장애인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기까지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고등교육이든 중등교육이든 가리지 않고 "사정은 이해하나 어쩔 수 없다"는 학교측의 되뇌임에 번번이 가로막혀 장애학생들은 의욕을 접어야 한다.
박지주(숭실대학교 사회사업과 3년) 씨는 28일 "편의시설이 부족해 학습권을 침해받았다"며 숭실대학교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학중인 장애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학습권 훼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 박씨는 강의실, 화장실, 식당, 도서관 등 학교주요시설을 이용할 때 항상 주위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매번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피말리는 일"이라며 결국 휴학을 했다. 박씨는 학교 다니는 3년 내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했고, 이 문제는 "학교 당국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숭실대 최재웅 시설계장은 장애시설 하나를 설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며 "그러나 현재 예산도 확보하고 엘리베이터 공사도 하고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리고 장애인편의증진법에 따라 신축건물에는 장애인을 위한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숭실대의 각종 건물을 돌아 본 장애인고등교육센타 김형수 간사는 "대부분의 신축건물은 강의동이 아니"며, "경사로를 설치해도 경사가 너무 급하고 좁아 계단보다 못한 꼴"이라며 숭실대 편의시설의 실상을 설명했다. 또한 일반인이 10분이면 할 일을 장애학생들은 1시간이 걸릴 때 이러한 학교 측의 노력조차 장애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더디게 느껴진다.
한편 2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 김정열)는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를 광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2001학년도 광주광역시 특수교육대상자 중 광주자연과학고에 배정된 7명 중 3명의 입학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광주자연과학고 김선덕 교감은 "이미 특수교육대상자가 8명이 있고 특수학급이 1개 밖에 없어서 4명만을 받아들였다"며 "입학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수교육진흥법시행령에 의하면 재적정원의 10%까지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입학을 거부할 수 없으며, 그 수가 12명이 넘을 경우 2개 학급 이상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특수교육의 진흥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입학을 거부당한 3명 중 2명은 광주정보고등학교에 재배치되었고, 1명은 진학을 포기하였다. 광주교육청 정인국 장학사는 "모든 것이 부모와 합의해 이루어진 것"이고 "진학을 포기한 학생도 가족회의를 통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우애권익문제연구소 은종군 간사는 "입학을 환영하는 학교를 보내는 것도 두려운 상황"에서 당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당사자 부모들을 대변했다.
이어 "광주자연과학고가 입학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과연 진학을 포기하려는 결정을 했겠느냐"고 반문하며 "학생 입장에 서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