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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각하’됐던 영장 재재청구해 발부 받아

피의자 입장에서 인신구속 원칙 세우는 계기 돼야


“위법하게 재청구한 구속영장은 심리대상이 안 된다”며 각하된 영장이 별다른 내용 수정 없이 검찰에 의해 3차 청구돼 결국 발부됐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합의1부 홍기종 부장판사는 23일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최광태)가 이모(50)씨에 대해 무고죄 등 혐의로 3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피의자에게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23일 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영장 각하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포함한 A4용지 10쪽 분량의 의견서를 첨부했다.

홍 부장판사는 설명자료를 통해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의 재청구의 요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있지 않으며, 다만 동일한 범죄사실로 인하여 피의자를 재구속하려면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라며 “재청구 요건에 새로운 소명자료가 추가되거나 사정변경이 있어야 한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일 같은 사안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면서 1차 영장청구 기각사유와 관계없는 사실만을 형식적으로 추가한 것은 부적법한 청구”라며 각하결정을 내린 박시환 부장판사와는 전혀 다른 견해다.

한편 홍 부장판사는 재청구를 하는 수사기관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재청구를 가급적 억제해야 할 것이고, 부득이 재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구속사유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보완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변호사는 “구속영장 재청구는 하급법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판례 등으로 규정되거나 정리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박 부장판사의 영장각하 결정은 나름대로 구속영장 재청구의 엄격한 원칙을 제시했지만 홍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재청구를 ‘가급적 억제하라’고만 했기에 추상적인 말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이번 ‘영장 기각-각하-발부 사건’을 계기로 법원․검찰이 피의자 입장에서 인신구속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