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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53살 국가보안법의 치매증상(?)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된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배움터 동아리연합회장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기각됐다. 9기 한총련 대의원 활동을 하던 사람이 ‘탈퇴서’를 쓰지 않고 구속이 안 되기는 처음이다.

수원지법 영장담당판사 김수일 판사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김씨가 한총련 주관 집회에 일부 참석한 사실은 있으나 한총련의 당연직 대의원이라는 직책상 한총련의 활동에 단순 참가한 정도에 불과하며 가담정도가 비교적 무겁지 아니한 것으로 보여 구속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 대해 “한총련의 이적성 관련 이념과 활동 등에 대하여 깊이 있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번 영장 기각은 대법원의 한총련 이적단체 판결 이후 한총련 대의원에 대한 ‘구속’ 문제에 있어 몇 가지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대전제’는 흔들리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예전의 경우 한총련 대의원은 가담 정도의 경중에 관계없이 구속됐다. ‘가담정도가 무겁지 않더라도’ 기소이후 보석을 통하거나 재판을 거쳐 집행유예를 통해 한총련 대의원을 석방했던 것이다.

또한 법원이 한총련 대의원에 대해 ‘직책상 단순 참가했다’고 인정한 점도 흥미롭다. 한총련 대의원 관련 구속자 가운데 90%이상이 학생회 선거를 통한 ‘당연직 대의원’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영장 기각 결정은 다른 대의원에게도 검찰의 ‘구속 원칙’을 견지하기보다는 이적성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영장 기각과는 관련 없이 8월 들어 한총련 대의원 관련 구속자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탈퇴서 작성 압력도 여전하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면서 끊임없이 체포와 연행을 이어가고 있는 검․경찰과 구속 여부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법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자기 모순’은 53년에 이른 국보법의 치매 증상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