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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테러박멸' 논리에 홀대받는 기본권

미국 - 전화·이메일 감청, 이민자 구금·추방 법안 추진


'9·11 테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테러를 막고 미국 민주주의의 희생을 막는다는 미명 아래 반 민주주의적 법안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지난 96년 오클라호마 테러 사건이후 의회를 통과해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대테러법안의 확대 적용뿐만 아니라, 미국 입국자들의 인종별 분석 허가, 영장없이 이메일 감시와 전화 도청 등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들이 의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96년의 대테러법안은 미국 이민귀화국이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테러혐의가 의심되는 외국인에 대해 국외 추방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 자신도 대통령 후보였을 때 이러한 증거불충분의 부당함을 비판했으나, 지난 9월 미 행정부는 의회에 아무런 증거 없이 테러 용의자를 구금,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들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권한도 요구했다.

'9·11 테러'에 대응한다는 명분에 맞장구친 미국 상원은 만장일치로 FBI나 다른 수사당국이 단 한 명의 재판관승인 하에 전화나 전자우편에 대한 전국적인 추적과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게다가 미 상원은 DCS 1000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수사당국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가입자들이 교환한 이메일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DCS 1000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 장착되면 이메일 제목, 웹 서핑 목록, 다운로드 등 사용자의 모든 인터넷 활동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미 국무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의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국군인보호법(American Servicemembers Protection Act)을 지난 10월 5일 승인했다.

이 법안은 현재 설립 준비중인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가 미국인 또는 우방의 시민을 구금했을 때 무력을 사용하여 구금을 해지시키는 것과 NATO와 일부 미국의 주요우방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을 비준했을 경우 미국의 군사원조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를 대표한다는 수정헌법 제4조는 상당한 이유에 근거하여 발부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주거 등에 대한 부당한 압수수색을 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수정헌법 제9조는 또한 국민의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부인되거나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자유수호를 위해 '테러를 박멸'한다며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