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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드러난 도청, 애국법 거꾸러뜨리다

미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이 2002년 이후 3년간 테러 활동의 증거를 찾는다는 미명 하에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도청을 영장없이 자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NSA는 미국 내에서는 한 번에 최대 500명, 해외에서는 5000명에서 7000명의 전화와 이메일을 불법적으로 영장 없이 도청했다.

이는 테러를 방지한다는 미명 하에 대통령과 정보기구의 권한이 초법적으로 강화되어, 이른바 '테러용의자'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들의 기본권까지도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올해로 시효가 만료되는 애국법(Patriot Act)을 연장시키는 개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는 등 부시정부의 안보지상주의에 제동이 걸렸다.

15일자 <뉴욕타임즈>는 NSA가 부시 대통령의 승인 하에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영장 없이 일반인의 전화와 이메일을 도청했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감시 대상자 중 대부분은 범죄 경력이 전혀 없다. NSA는 해외에서의 통신도청이 주 임무이며 통상 국내도청은 미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미연방수사국(FBI)과 같은 정보기구의 미국 시민 감시 활동에 대해 사법적 규제를 하기 위해 1978년 제정된 해외정보감시법에 따르면, 국내에서의 도청은 해외정보감시법원(Foreigc Intelligence Surveillance Court, FISC)에서 영장을 발급받아야 가능하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영향을 받아 16일 미 상원은 "애국법(Patriote Act)이 미국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라는 이유를 들어 애국법의 시효를 연장하는 개정안을 거부했다. 애국법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하에 미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수사당국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에 따라 그 동안 미연방수사국(FBI)은, 테러 용의자로 판단되면 영장 없이 가택 수색, 이동도청, 계좌 추적 등을 했고, 심지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도서관 조항'에 따라 영장 없이 도서관과 서점에서 누가 무슨 책을 구입, 대출했는지도 조사했다. 9·11 이후 45일 만에 상,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이 법 215개 조항 중 올 연말로 시효가 끝나는 16개 조항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법안의 연장을 추진해 왔고, 개정안은 지난 14일 찬성 251, 반대 174로 미 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상원에서 이 법의 개정안이 찬성 52, 반대 47로 부결되어 애국법을 연장시키려는 시도는 무산됐다.

이에 대해 17일 라디오 주례 연설에서 부시 미 대통령은 불법 도청을 시인하면서 "헌법적인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에 전적으로 합치되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뉴욕타임즈>를 "국가 기관의 비밀 활동이 언론사에 부적절하게 유출되어서 미국의 적들이 알아서는 안될 정보가 공개됐다"라고 비난하면서 애국법 연장 의지를 보였다. 반면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번 보도를 접한 미 상원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비밀도청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에서 비밀리에 영장을 발부 받거나 사후 영장 신청을 할 수 있는데도 법 절차를 무시했다"며 내년 초 공식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