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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헌법소원 방해한 교도관 고소

'징벌 중 집필'을 금지한 규정 위헌성 논란


지난 17일 한 재소자가 '교도관이 헌법소원을 방해했다'며 담당교도관을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교도소에 수용중인 최OO 씨는 지난 1월 관복(상의)불착용으로 금치 2월의 징벌조치를 받고 있었다. 그의 구속사유는 강간미수 등의 혐의. 그러나 최 씨는 이를 부인하며 상대방 여성을 무고로 고소했고, 검찰에 의해 기각당하자 대검찰청에 재항고했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제출한 재항고마저 징벌 중이던 1월 8일 기각됐다.

이에 최 씨는 마지막 구제절차인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담당교도관에게 집필보고전을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교도관은 "조사나 징벌 중에는 집필허가가 안 난다. 징벌 끝나면 제기하라"며 보고전 수리를 거부했다. 이에 최 씨는 징벌이 끝난 3월 4일 집필신청을 다시 요구했으나, 이번에는 "사회에 나가 재심을 청구하라"며 집필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재심청구와 헌법소원을 놓고 고민하던 최 씨는 8월 9일에서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최 씨의 헌법소원은 이미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시효인 30일을 훨씬 넘겼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최근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는 광주교도소 강일호 주임은 "담당자가 헌법소원을 권장했으나 최씨 스스로 징벌 후에 제기하겠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집필을 불허하거나 어떤 설득을 한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 속에서 사건의 진위는 검찰의 기소 후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편파적인 검찰이 얼마나 열의를 갖고 사실 조사에 나설지 그리고 최 씨가 확보했다는 증거와 증인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 논란은 '금치 중인 수용자는 접견·서신수발·전화통화·집필·작업·운동·신문열람 등이 금지된다'는 행형법 시행령 145조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규정은 재소자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할 의지가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징벌 중인 재소자에게 권리구제의 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변호사는 "법률이아닌 시행령으로 재소자의 기본권인 접견·서신 등을 금지해 권리구제 제도의 접근을 가로막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