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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긴급 인터뷰: ‘테러방지법’, 과연 필요한가?

울산대학교 이계수 교수에게 듣는다


국정원이 ‘대테러방지법안’을 내놓음으로써 각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이 방면 연구에 힘을 기울여온 이계수(울산대 행정법) 교수에게 문제점을 들어본다.


- 미국과 일본, 독일 등지에서 테러방지대책이 강화되고 있는데?

“그렇다. ‘9․11 테러사건’은 대단한 충격임에 틀림없으며 대다수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각국의 국가권력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각국 정부의 이런 대응방식은 법치국가를 열망하는 각국의 대다수 국민들에게 테러만큼이나 충격적이다. 확대되고 장기화될 ‘테러와의 전쟁’이 테러의 원인을 분석 없이 ‘강공책’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 ‘테러방지법’이 테러를 실제로 방지한다고 보는가?

“회의적이다. 그런 법이 없으면 테러를 방지할 수 없는지를 문제삼아야 한다. 사실 국제테러에 대처하겠다는 대부분 대책은 별 소용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법안에서 말하는 대책들(테러자금의 거래정지, 외국인 동향관리 등)은 이미 국정원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을 이제는 내놓고 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 인권침해의 소지에 대해서는?

“이 법안이 예정하고 있는 테러대책들이 국민의 기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비례원칙에 위반하는 대책은 아닌지 냉철하게 평가해 봐야한다. 그리고 국민이라면 의당 그러한 대책들이 실제로 국민들에게 안전을 가져다주는지를 당당하게 물어야 하고 정부는 그에 대해 성실히 답해야 한다. 입증책임은 정부에 있다. 뉴욕테러가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개방사회에 대한 테러라고 하지만 그에 대한 국가의 반동적 대응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시민권에 대한 중대하고 지속적인 테러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국정원은 외국에서도 이 정도 테러대책은 세우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과 독일 경우 연방국가이고 경찰권이 각 주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연방차원의 테러방지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미국과 독일의 그런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어쨌건 우리는 현재로도 충분히 중앙집권화 된 경찰력과 테러대응기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테러대책회의 같은 게 없어도 테러에 대처하는데 문제없다고 본다.”

- 군에 일정한 경찰력을 부여한다고 돼 있는데?

“군은 원래 민간인에 경찰력을 행사하도록 훈련되거나 조직된 기구가 아니다. 이 법안은 군에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7조의 권한을 부여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명문헌법에 정면으로 충돌되는 이런 법을 9.11 사태에 편승해 얼렁뚱땅 만들려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군과 경찰의 경계를 허물게 될 '테러방지법'은 결국 우리의 일상을 ‘계엄선언 없는 계엄상태’로 만들 위험이 있다.”


- 그 밖에 할 말은?

국정원이 월드컵을 핑계로 이런 형태의 법안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가 9. 11 테러사건이 터지니까 ‘바로 이때다’ 하고 내놓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세계적인 공안정국에 편승하여 공안권력을 강화하려는 기도에 대해 반대한다. 정부는 국민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주기 바란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대 테러대책 수립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