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도 인간이다.” 1995년 1월초 네팔 산업연수생 13명이 명동성당에서 목에 쇠사슬을 걸고 텐트농성을 벌였다. 이 사건은 이미 10만 명을 넘어섰던 당시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의 심각한 인권현실을 충격적으로 드러내준 사건이었다. 이들이 제기한 감금, 항상적인 폭행, 성폭행과 임금체불 등의 이주노동자의 초보적인 인권문제는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되었다.

이 농성을 계기로 노동상담소, 종교․사회단체들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구성되어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이후 정부는 몇년 사이에 산재보험 적용, 근로기준법 적용 등 몇 가지 기본권과 관련된 조처들을 취하지만, 외국인노동자보호법 제정, 고용허가제 도입 등은 이주노동자 인력송출업을 전담하는 중소기업중앙협의회 등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리하여 산업연수생 취업, 불법체류, 강제출국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산업연수생제도가 골격은 변화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고, 이 제도가 낳은 이주노동자 문제 또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존재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차별이 아닌 차이의 존중이라는 인권의식과 관행의 실천을 요구하는 살아있는 인권화두다. 한편 이주노동자운동에서 노동3권 확보 운동과 같은 새로운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