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당사자에게 수사자료 공개판결
수사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당사자 본인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경찰의 관행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김치중 판사)는 피의자 본인이 자신의 신원 및 범죄경력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을 때 수사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며, 지난해 6월 수사자료표 등에 대한 경찰청의 공개거부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1일 영화 <주민등록증을 찢어라>의 감독 이마리오 씨는 경찰청을 상대로 '경찰청이 보관하고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 등에 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이에 대해 경찰청은 같은 달 11일 공개거부처분을 내렸으며, 이씨는 곧바로 경찰청의 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은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아래 법)을 근거로 이씨의 수사자료표 공개를 거부해 왔다. 법 제6조 1항에는 "수사자료표에 의한 범죄경력 조회 및 그 회보는 범죄수사와 재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법 시행령 제7조 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죄명과 범죄경력조회의 사유를 명시하여 요구하는 경우 등에 대해 수사자료표의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이씨의 경우는 이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법은 '전과기록의 관리와 형의 실효에 관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보장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범죄경력조회 및 그 회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 당해 피의자나 수형인 등이 가지는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법의 제한규정을 들어 정보의 공개를 거부한 경찰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경찰 관행상 개인정보를 안 보여줬었는데, 자기 정보를 자기가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강조했다. 한편,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6개의 단체로 구성된 '지문날인반대연대'는 7일 성명을 발표해, "이번 법원의 결정이 기본적인 열람권 뿐 아니라 자기 정보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권, 더 나아가 프라이버시권 일반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