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인권운동연구소의 사찰 의혹을 해명하라
- 영장 없는 금융정보 요청에 대해서는 자체 수사에 착수하라 -
지난 3일 인권운동사랑방 부설 인권운동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류은숙 인권활동가는 자기가 거래하고 있는 은행으로부터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서’를 받았다. 통보서에는 해당 은행이 서울지방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내사사건의 수사 목적으로 류 활동가의 인적 사항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수사기관이 수사상의 필요에 따라 해당 은행에 관련자에 대한 금융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갈수록 신용이 중시되고 은행을 통한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이때, 금융정보라는 것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사상의 필요가 있더라도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협조 의뢰서와 담당 경찰의 공무원증 사본만으로 류 활동가의 신상정보 제공을 요청했고, 해당 은행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관례적으로 이에 응했다. 이는 명백한 정보인권 침해이며 위법 행위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수사기관이 금융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도 없고, 금융기관이 이에 응해서도 안 된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번에 류 활동가의 신상정보 제공을 요청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담당 부서가 보안과라는 데 주목한다. 류 활동가 명의의 통장이 인권운동연구소의 대표 계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또한 우려스럽다. 인권운동연구소는 자본주의 체제에 갇히지 않는, 진보적인 인권이론의 생산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등을 근거로 소위 ‘보안사범’을 사찰하며 조직사건을 만들어 왔던 보안과에게, 인권운동연구소는 구미에 당기는 사찰의 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이번 내사사건이 구시대적인 조직사건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인권의식으로 성숙해진 시민사회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먼저 나서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해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법률이 정한 최소한의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수사상의 편의에 따라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한 담당 경찰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에 착수하고, 이러한 관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006년 7월 19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