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위반 전력을 갖고 있는 한 시민에 대해 10년 가까이 경찰의 사찰이 진행되어 왔으며, 그것이 검찰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7년 민주항쟁 당시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던 음영천 씨는 90년경부터 97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속적으로 경찰에 의해 동향을 조사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음 씨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직업과 직장명, 출퇴근시간, 자주 만나는 사람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며, 음 씨가 집에 없을 경우엔 어머니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동태를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97년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둔 시점에는 집 근처 다방에서 음 씨에게 일정한 양식이 적힌 종이를 주면서 양식대로 기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찰행위로 인해 음 씨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부담을 안고 살아왔으며, 특히 선거 시기의 동태파악은 선거권 행사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음 씨는 사생활 침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국가배상을 신청했으며, 소송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사찰이 검찰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드러나게 됐다.
서울지구배상심의회는 올 3월 음 씨에게 보내는 배상결정통지서에서 "서울 종암경찰서 보안과 소속 임수광이 서울지검의 '공안사범 출소자 동향파악' 지시에 의거, 동향을 파악․보고하였다"고 밝힘으로써 이번 사찰이 검찰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서울지구배상심의회는 "경찰의 동향 파악 사실은 인정되나 이로 인하여 신청인이 금전으로 배상받아야 할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가배상지급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1일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음 씨의 동태를 파악하고 감시한 경찰의 행위나 이를 지시한 검찰의 행위는 법령의 근거가 없는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지검의 지시 내용과 성격으로 볼 때 민간인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사찰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지금도 어디서 누가 똑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서울지검의 출소자 동향파악 지시의 경위와 배경, 대상 및 범위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및 징계를 요청하며, 1일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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