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내놓은 '2001비전과 과제 - 열린 세상 유연한 경제'라는 한국경제 장기발전보고서가 김대중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됐다. 선거용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이나 보고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제쳐놓더라도 이 보고서를 빌미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부의 교육관과 교육 정책이 던지는 충격은 엄청나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기부금 입학제도 허용, 고교평준화 폐지 및 고교간 등급제 인정, 자립형 사립고 도입, 사립고와 민간학원의 통합' 등은 한마디로 '경제 능력에 따라 경쟁과 선택의 자유를 만끽하라'는 선언이다. 학교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확실한 입시기관으로 만들어 학부모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발상이요, 투자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는 항변이다.
경제논리와 무한경쟁이 판치는 세상에서 '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상식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교육은 평등성과 공공성에 뿌리박은 것이기에 많은 상처 속에서도 희망을 틔어왔다. 우리는 '특별한' 돈과 '특별한' 간판에 매인 교육을 원치 않는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통' 교육을 원한다. 입시위주를 벗어나 자신의 재능과 소질에 따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원한다. 성공적인 입시를 위한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학교를 개성이라 말하지 말라. 입시형 고급 학교의 육성은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과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것이다.
교육의 중요 당사자인 아동과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유엔아동권리협약등 국제인권법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일을 도모함에 있어 아동과 청소년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고, '차별금지'의 원칙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다. 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라 교육환경을 구상하려는 정책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평등성과 공공성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만큼 중요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그 본질 자체가 비교육적이며 반인권적인 정책에 대한 발상과 대담한 설파를 당장 중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