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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강압수사에 유린된 십대들의 인권

원주지원, 살인혐의 십대 3명에 무죄판결

지난해 9월말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등학생 3명이 15일 무죄판결을 받아, 경찰이 이들에 대해 강압수사를 벌여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사건은 지난해 9월 20일 당시 고등학교 1년생인 조모 씨가 절도 건으로 경찰에 검거되면서 시작됐다. 그날 경찰은 조씨를 검거 1년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아 자백을 받아냈고, 이 과정에서 조씨는 중학교 동창인 한모 씨와 이모 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조씨의 검거 다음날인 21일 밤 경찰은 한씨와 이씨도 연행해 범행사실을 자백받았다.

원주지검은 이들의 자백을 근거로 같은달 25일 살인혐의로 기소했지만, 이후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살인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수사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합의3부(재판장 박형명 판사)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자백 등으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범행을 입증하기에 불충분하다"며,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른다.

애초 이번 사건은 경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흔적이 역력했다.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윤요왕 사무국장은 "조씨는 중학교 때 한씨, 이씨와 이름만 아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윤 사무국장은 '모범생이었던 한씨와 이씨를 공범이라고 하면 자신의 죄가 가벼워질 것 같아 허위자백을 했다'는 이야기를 조씨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기록에 따르면 2000년 10월 14일 00:15경에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나, 그 시간에 망인은 동창회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는 등 경찰 수사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한씨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안 그랬다'고 하면 경찰들은 두들겨 패서 조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검찰에서는 각목을 휘두르며 아이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아이들은 경찰이 커터 칼을 자신의 목에 대고 자백을 강요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은 5개월 가까이 살인누명을 써야 했고 부모들은 살인자의 부모란 편견과 억울함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이들 부모와 원주지역 사회단체들은 오늘 오전 10시 참여자치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수사했던 안모 경위 등 5명에 대해 형사고발 계획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경찰개혁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