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는 비공개로 의견 청취
“테러방지법안은 종교의 평화사상과 양립불가능합니다. 몇 번 수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독소조항이 많은 악법입니다. 이러한 악법이 내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졸속 처리된다고 하니, 법안의 부정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어떻게든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급하게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총무 정진우 목사는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종교인선언대회’의 취지를 밝혔다.
인권,사회단체들, 대한변협, 국가인권위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12일 테러방지법안의 처리를 강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종교계도 법안의 폐기에 발벗고 나섰다.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소속 39개 인권단체 8백여 명이 선언에 동참한 가운데, 11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2층에서 종교인선언대회가 열린 것이다.
종교인선언대회에서 천주교인권위 위원장 김형태 변호사는 테러개념의 모호함으로 인한 자의적인 해석과 사건적용을 우려하며, “예를 들어 각계주요인사는 누구이며 누가 판단할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테러방지법안 제2조는 각계주요인사 등에 대한 폭행․상해․약취․체포․감금․살인을 테러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또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군대동원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폐지하기 굉장히 어렵다”면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불교사회개혁교무단 김대선 교무는 선언문을 통해 “지금은 민주화와 인권향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국정원의 해체나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할 때”라면서 “테러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국정원의 권한을 확대․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발전과 평화의 시대를 거스르는 반인권적 악행”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 종교인들은 평화를 옹호하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테러행위를 반대”하지만 “지금 절실한 것은 테러방지법안의 졸속한 국회통과가 아니라 국가간 또는 집단간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손짓”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종교인들은 테러방지법안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같은 시각 정보위원회는 국가대테러전문위원 이황우 동국대 교수 등 2명의 진술과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의 제정반대 의견을 들었고,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는 76개 인권․사회단체들 주최로 ‘테러방지법안의 폐기를 촉구하는 600인 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테러방지의 효과는 의심스러우면서 인권침해와 국정원의 권력남용이 명백히 예견되는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하고, 이만섭 국회의장 앞으로 선언문을 전달했다.
테러방지법안 심의연기
이날 정보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진술인 2명은 모두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찬성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권실천시민연대 이광열 간사는 “의견을 수렴하려면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공청회를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입법절차의 필수과정”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김미진 간사는 “정보위원회는 법상으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심의 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12일 법안의 처리를 위해 열릴 것으로 알려진 정보위원회는 일단 연기됐다. 정보위원회 의사일정은 이날 민주당 신임총무 선출 후 여야 총무협상에서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