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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주노총 단협모범안, 인권 조항 눈길

노동자 감시 규제 및 차별행위 금지 신설


민주노총이 4년만에 개정한 단체협약 모범안(아래 단협 모범안)에 노동자 인권 보호와 작업장 감시 규제에 관한 내용이 새로 담겨 눈길을 끌고 있다. 단협 모범안은 해마다 민주노총 산하 1천여 개 단위 노조가 사측과의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우선 민주노총은 단협 모범안에 노동자 감시 규제에 관한 절을 새로 만들어 회사는 조합 또는 조합원을 감시할 목적으로 컴퓨터, 전화, 비디오카메라, 생체인식기기 등을 이용해 조합원의 이동, 작업과정을 기록, 저장할 감시장비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노동안전, 도난 등 위험,사고방지를 위해 장비를 설치할 경우에는 △설치목적과 사용기간 △설치방법, 장소와 기록내용 △감시장비의 종류와 기술내용 등을 조합과 사전에 합의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 해 대용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중요한 노동인권의 문제로 떠오른 작업장 감시를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자들이 규제하고자 하는 첫 시도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최세진 정보통신부장은 “생산직이나 서비스직이 종사하는 사업장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고, 사무직의 경우 인터넷 사용을 감시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작업장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 단협모범안에 감시 규제조항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장은 “회사의 작업장 감시는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높여 건강에 해를 주기 때문에 ILO에서는 이를 중요한 산업안전의 문제로 보고 있다”며 “단체협약을 통한 규제에서 나아가 법률로서 규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용노조 박성준 위원장 역시 “노조가 없어 단협으로 노동자 감시를 규제할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작업장 감시를 규제하는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폭력행위 금지 조항을 새로 만들어 “회사는 구사대나 용역 직원을 동원해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 공포분위기를 조성, 폭력 등을 조장하거나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단협으로 체결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레미콘노조, 울산 효성노조 등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회사가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구사대나 용역깡패를 동원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민주노총은 차별행위 금지 조항을 새로 만들어 회사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는 평등권 침해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단협으로 체결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곽노현 위원은 “차별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노동현장”이라며 “민주노총이 단협안을 통해 국가인권위법 상의 차별금지를 실질화하려는 모습이 획기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