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경찰청 1인 시위 방해

불법적인 사진채증에 방패로 봉쇄하기까지


정부가 최근 1인 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아예 노골적으로 1인 시위를 방해하고 나섰다. 또한 불법적인 사진채증까지 해, 경찰의 사진채증 남용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전개될 전망이다.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소속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씨는 3일 정오부터 1시간 가량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에바다 폭력사태 비호하는 평택경찰서장 파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를 벌인 지 40여분이 지난 시각, 경찰청 최경환 경정은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수 없다"며 고성으로 류 씨를 위협했다. 최 경정은 류씨가 "혼자 서 있는 게 왜 안 되냐"고 하자 "법으로 그렇다"고 대꾸했다.

이후 청색 상하의를 입고 사진기를 든 사람이 나타나, 류 씨를 향해 사진을 찍어댔다. 류 씨가 "왜 함부로 사진을 찍냐"고 경찰에게 항의하자 경찰측은 "집회 중이니 사진을 채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류 씨가 "1인 시위가 집회에 해당하냐"며, "본인 허락 없이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항의했으나 사진촬영은 계속됐다.

곧 이어 양주열 경사의 지시로 경찰 10여명이 방패를 들고 류씨를 에워싸, 류 씨가 든 피켓은 경찰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게 됐다. 류 씨의 항의에도 경찰은 막무가내였고, 이에 류씨는 피켓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벌서듯이 1인 시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찰은 1인 시위를 마치고 류씨가 건널목을 건너 차에 오를 때까지 뒤쫓아가기도 했다.

한편, 류 씨는 이날 경찰의 사진채증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상희 변호사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 없이 경찰이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불법이란 판례가 있다"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경찰이 사진을 찍는 것 역시 불법적인 개인정보 취득이라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장소에 따라 평화적인 시위마저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의 규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1인 시위는 평화적이고 효과적인 시위라는 평가에 앞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듣기 싫다, 보기 싫다'며 귀막고 눈가리는 식의 1인 시위 방해는 그 슬픈 자화상에 칼질을 해대는 행위이다. 이날 경찰청의 1인 시위 방해는 '일단 막고 보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의 전형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