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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 위에선 경찰 권력

집회신고시 법에도 없는 각서요구


경찰이 집회 신고시 법적 근거도 없이 각서를 강요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구나 경찰은 각서작성을 거부하면 집회접수증마저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실정이다.

3일 전주중부경찰서로 집회신고를 하러 간 전주실업자지원센타 이창석 사무국장은 담당형사가 요구하는 각서 때문에 실갱이를 벌여야만 했다. 이 씨는 “집회 신고서를 제출한 후 경찰이 각서까지 강요해 거부했으나 각서를 쓰지 않으면 접수증을 주지 않겠다”며 “98년부터 법령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며 모아둔 각서뭉치를 들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씨에 의하면 단체명과 단체 대표자 이름을 기재하도록 한 각서는 △불법집회를 하지 않겠다 △경찰의 가이드 선을 넘지 않는다 등 10개 항목으로 돼 있다.


법에 없는 각서… 집회허가제 운영

전주중부경찰서 정보 2계 소속 한 경찰관은 “집회신고는 민원실에 접수만 하면 된다. 각서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각서요구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계 관계자는 “각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법령에 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서와 관련된 규정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집시법)과 그 시행령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또 현 집시법에 따르면 48시간 이전에 집회신고를 하게돼 있어 대부분의 개인이나 사회단체는 경찰과 실갱이를 벌이는 대신 각서를 써주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강금실 변호사는 “법적인 근거도 없는 각서를 요구하고, 이를 조건으로 삼는 것은 집시법을 사전허가제로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자유권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한 것이며 무효”라고 말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고상만 씨는 “경찰의 관료적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사회단체는 집회신고를 할 때 각서 안 쓰기를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덧붙여 그는 “경찰의 불법적인 집회 각서 요구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