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만 있고 정의는 빠져버린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정의(iustitia)라는 라틴어 단어의 어원은 '자기 자리를 벗어났던 어떤 것을 본래의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라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어떤 물건을 훔쳤을 때 '정의'라는 기준에 의하면 그 물건을 본래의 제자리에 다시 돌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인권이라는 말의 첫 시작도 바로 이 '정의'라는 단어의 본 뜻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인권이란 없던 새로운 어떤 권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할 품위와 권리, 그러나 이제껏 다른 권력이나 억압적인 힘에 의해, 혹은 무지로 인해 빼앗기거나 상실되었던 '자기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권단체, 특히 국가 인권위원회의 과제는 바로 '정의'를 바로 세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사람을 돕는 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권희필' 제천시장이 한 장애인 공무원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보건소장으로 임명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었다는 결정과 함께 앞으로는 차별하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소식이다. 한편으론 반갑지만 다른 한편, 힘 빠지게 만드는 결정이다. 피진정인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제소한 이유는 그것이 '차별'이었다는 사실 확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인사조치 철회와 원상회복, 사과광고 게재 등에 담긴 피 진정인의 요구는 바로 본래 그가 있어야 할 곳, 마땅히 누릴 권리의 상실에 대해 그 회복을 요구한 '정의'를 바로 세워 달라는 요청인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 인권위원회는 자신들에게 맡겨진 '제 1 호 진정사건'에 대하여 '정의'를 세워야하는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의 무책임한 마무리로 '정의'를 세우는데 실패하였다. 그것은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정의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결정이었고 나아가 '정의'의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자기 자신답지 못한 결정이기에 스스로에게도 정의롭지 못한 결정인 것이다.
이제껏 자기 자신을 빼앗기고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자신을 되찾기 위한 '정의'를 갈망하며 국가 인권 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무쪼록 국가 인권 위원회는 이번 결정과 같은 적당한 타협과 마무리가 아닌 용기 있는 판단과 결정을 통해 '정의'를 세워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