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가별 인권상황',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시민적, 정치적 권리' 등 유엔인권위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들이 논의되면서 관련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발표도 잇따랐다. 대부분의 특별보고관들은 "1년 동안 작성한 보고서를 5분만에 발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제출된 보고서를 읽어 보라"고 밝히며, '발언시간 단축조치'에 항의하여 보고서 설명을 거부했다. 대신 따로 민간단체를 위해 마련한 간담회를 통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버마, 정치활동제약·강제노역 심각
'미얀마(버마)의 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E/CN.4/2002/45)'에서 파울로 피네이로 특별보고관은 "우선 미얀마 군사정부가 유엔인권위 특별보고관, 국제노동기구, 국제적십자 등의 방문을 허용한 것은 환영할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심각한 인권상황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정부와 아웅산 수지 여사 간의 비밀회담 결과 일부 민족민주동맹(NLD) 사무실 재개가 허용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무실에는 전화, 팩스, 복사기 등 정치활동에 기본적인 기기들이 불허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NLD 회원들은 군사정부로부터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제노역에 관해서는 ILO 방문 이후 '경미한 상황개선'이 보였으나, 샨 주, 카렌 주 동부지역, 라친 주 북부지역 등에서는 여전히 군부에 의한 민간인 강제노역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달 3백~7백여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피난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들 중 다수가 태국에서 노동착취, 인신매매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지어 재송환되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8십만 여명의 국내난민들이 강제노역을 피해 국경지대에 모여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대해 한 버마 망명정부 대표는 "군사정부를 국제사회로 끌어내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으나, 버마인권 상황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세계화, 주거권에 심각한 영향
'적절한 주거권에 관한 보고서(E/CN.4/2002/59)'에서 밀룬 코타리 특별보고관은 "세계화가 주거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적 세계화에 따른 상수도시설의 민영화로 인해 많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식수의 가격이 어이없게 뛰어 올랐다"고 밝히며, "결국 민중들의 경제․사회적 권리뿐만 아니라 기본적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개발국가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인종적, 경제적 차별로 인해 '적절한 수준의 주거권'을 위협받는 집단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가장 심각한 피해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루마니아, 멕시코의 치아파스 방문보고와 관련해서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배제된 계층들의 주거권 침해사례'들을 제시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의 주거지에서 쫓겨난 민중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밝히며, 국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코타리 특별보고관은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주거지역의 파괴행위 등을 다룬 방문보고서가 일부 국가들의 압력 때문에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의 표현의 자유 침해도 다뤄져
'표현의 자유에 관한 보고서(E/CN.4/2002/75/Add.2)'에서는 86개국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엔 한국과 관련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아비드 후세인 특별보고관은 "방북과 관련 강정구교수 등이 구속된 사건에 관해 긴급청원을 한국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집회결사의 자유권을 박탈당하고 구속된 데 대해, 작년 11월 2일 '인권활동가 보호에 관한 유엔사무총장 특사'와 공동으로 한국정부에 긴급청원을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 한 한국의 인권단체활동가는 "사이버 공간 내에서의 표현의 자유 침해 등 한국의 관련 현안들도 이러한 유엔의 특별절차들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단체, 탄압에 반격 시도했으나…
이번 인권위에서는 민간단체의 참여에 대한 탄압과 일정지연으로 인한 소규모 단체들의 발언기회 상실 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인권상황' 의제에서 다시 한번 민간단체의 발언기회 박탈 사건이 있었다. 저개발국가에서 온 소규모 단체들의 참여가 가장 활발했던 이 의제가 진행되던 지난 9일, 40여 개 단체의 발언을 중지시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이러한 의장단의 조치에 반발해 일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단체들은 '발언거부' 등 강경한 자세로 저항했다. 이어 아시아 지역 단체들은 긴급히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의장 면담요청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다음 날 열린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폴란드 출신의 야쿠보르스키 의장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변명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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