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겐 표현의 자유도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합법화 쟁취 결의대회'가 21일로 예정된 가운데, 정부는 이 집회에 참여하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모두를 단속, 강제 출국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 법무부의 체류심사과 이동희 사무관은 "불법체류 상태인 외국인이 '합법화를 보장하라'며 집회에 참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21일 집회에 참여하려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귀가를 유도하되, 결국 참여하면 단속해서 강제퇴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사무관은 "외국인은 정부의 정책을 바꾸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와 이주여성인권연대는 현재 법무부가 실시하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와 관련해,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불법체류 일제등록 거부와 단속․추방 반대, 합법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한편, 정부의 21일 집회 참가 외국인에 대한 집중 단속 방침은 출입국관리소를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됐다. 19일 낮 출입국관리소를 방문한 평등노조 이윤주 이주노동자 지부장은 "'국정원․법무부․경찰이 강력 대응하기로 해 집회 참가는커녕 집회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출입국관리소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또 출입국관리소 측은 "참석이 예상되는 주요 불법체류 외국인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윤주 지부장은 "이주노동자들의 표현의 자유마저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자신이 느끼는 부당함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법무부 말대로라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다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라며 어이없어 했다. 이주노동자 카일(가명) 씨는 "우리가 집회 간다고 한국 정부가 그러면 그건 억압이잖아요.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더 억압하지 않겠어요?"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앞서 카일 씨는 "공장에서 맞으면서 한국말 배우고 일 배웠어요. 인간 대우 못 받고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왜 우리를 합법화 안 해 주고 1년 안에 내보내려고 해요? 우리 잘못한 거 없어요"라며 법무부의 '자진신고 기간 설정'에 대한 불만과 집회에 참가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달 25일부터 올 5월 25일까지를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신고' 기간으로 설정하고 이주노동자가 본인의 사진과 공장주소 등이 기재된 신상기록, 내년 5월 25일 이전 출국 날짜가 찍힌 항공권, 고용주의 이탈방지 각서 등을 제출하면 최장 1년 간의 출국준비기간을 주겠다고 밝히고, 이를 현재 시행 중에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1년 후의 상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이들의 신상을 파악해 1년 내에 모두 추방하려는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의 이주노동자 집회 역시 이러한 판단 아래 준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