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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모든 지하철역에 승강기를"

또 장애인 추락사망, 박경석 교장은 경찰서로 연행


"저 지금 버스에 탄 채로 경찰에 연행되고 있어요." 22일 낮 2시 20분께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휴대폰 전화를 통해 말했다. 이날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제14차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애초 1백 여명의 참석자들은 아차산 역에서 버스를 타고 답십리에 내려, 이틀 전 또 한 장애인이 지하철 리프트에서 추락참사한 일과 관련 도시철도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19일 저녁 7시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1급 지체장애인 윤모 씨는 고정형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20일 새벽 2시 20분 사망했다.

민중복지연대의 이승헌 씨에 따르면, 장애인 추락사고와 관련 21일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에선 '리프트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장애인 개인의 과실로 생긴 사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교장 등이 확인한 결과, 사고가 난 발산역의 고정형 리프트는 올해 들어30여건의 고장신고가 기록돼 있었다. 또 사고 당시 발산역 출구 4곳에 설치된 고정형 리프트 중 나머지 3곳의 리프트는 모두 고장난 상태였다.

또 연대회의는 "설령 발산역 쪽의 주장대로 리프트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하더라도, 고정형 리프트는 전동스쿠터의 무게를 견뎌내기 어렵고 길이도 짧아 언제든 장애인이 추락할 위험성이 있으며 안전장치 또한 추락 방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대회의는 2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장애인에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서울시와 지하철 관계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위험성이 높은 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설치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 연대회의는 △공개사과 △유가족에 대한 손해배상 △지하철의 리프트 철거 및 승강기 설치 등을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요구했다.

한편, 낮 2시50분 경 동부서 앞에는 박 교장 등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참가자 10여명이 타고 있던 58번 버스가 서 있었다. 이미 박 교장은 경찰서 안으로 연행됐고, 함께 있던 장애인들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이승헌 씨는 "시민으로서 버스를 탔는데, 버스 째 끌고 오는 게 말이 되냐"며 어이없어 했다.

이에 대해 동부서 관계자는 상부 지시에 따라 법집행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 교장은 '버스를 탑시다' 행사와 관련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그러나 박 교장은 "5월 안에 자진출두하기로 종로경찰서와 이야기돼 있었다"며 행사 중 갑자기 체포한 데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장애인도 자유로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며 시위한 게 무슨 죄냐?" 낮 3시 30분 경 동부서 앞에는 장애인들을 포함해 70여명의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참가자들이 갑작스런 박 교장의 체포에 항의하며 모여들었고, 잇따르는 장애인 사고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서울장애인연맹의 안형진 씨는 "최근에만 30여건의 고장신고 기록이 있는 리프트가 과연 장애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냐"며 "늘상 장애인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이 사회가 장애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 교장은 이날 밤9시까지 동부서에서 풀려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