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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오이도역 장애인 참사 2주기 "달라진 게 없다"

22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촉발시킨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참사 2주기를 맞아, 장애인이동권연대(아래 이동권연대)는 서울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서울시는 2004년까지 전 역사에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조차 내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지난해 발산역 리프트 추락참사와 관련해 △리프트 안전대책 마련 △전 역사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운행 등을 포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즉각 이행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장애인들이 이동을 위해 감수해야하는 공포와 고통은 여전히 일상적이다. 집회에 참석한 이현준씨는 "리프트가 중간에서 멈춰서버릴 땐,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들이 밀려온다"고 했다.

박경석 대표에 따르면, "동대문운동장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40여분이 걸린다. 장애인 두 사람이 함께 다니면 무려 80여분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야 한다. 게다가 그나마도 맨날 고장이다." 이날도 집회가 열리는 1호선 서울역 승강장으로 오고 있던 한 장애인은 4호선 서울역 리프트가 고장나는 바람에 한참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특히 이동권연대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과 높이 차이'로 인한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 위험을 새롭게 제기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간격은 3㎝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15㎝를 넘는 곳이 허다하다.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높이 차도 보통 5㎝를 넘는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앞바퀴가 승강장과 차량사이의 구멍으로 빠져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는 양영희 씨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폭이 넓어 그 사이에 끼지 않기 위해서는 전동 휠체어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칠 위험도 있어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 송병준 씨는 "전동 휠체어 앞바퀴가 그 사이에 끼여 몸만 튕겨 나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위험은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 이동권연대 조직국장 박현씨는 "일본의 경우, 장애인이 안정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역무원이 직접 승강장으로 나와 '간이 경사로'를 깔아주고 있으며, 지금은 자동으로 '간이 경사로'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연구중이다"고 소개했다.

박경석 대표는 "간이 경사로를 깔아주는 아주 간단한 조치로 장애인들이 안전한 이동을 보장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하게 이동하고 있는 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의식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이어 이동권연대 소속 휠체어 장애인 40여명은 오후 1시께부터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매 역마다 '간이 경사로'를 설치해 전철에 탑승하는 시연회를 가졌다. 휠체어로 가득 메워진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장애인 인구가 10%를 넘는데, 40여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지하철을 타본 것이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작게 말했다.

한편, 이번 시위는 비장애인들의 의식이 얼마나 닫혀있는지를 또 한번 드러냈다. 장애인들이 간이 경사로를 통해 탑승하느라 지하철 운행이 지체되자, 한 비장애인은 "뭐 하는 짓이냐. 장애인들이 시민들에게 동정 받을 생각을 해야지"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반응에 이동권연대 박주희 씨는 "장애인도 시민이고, 서민이다. 장애인 따로, 비장애인 따로 서로를 단절시키는 의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든다"고 말했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우리는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당당히 권리를 찾으러 온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