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지문날인 불복종, ‘주민등록증 안쓰기’ 운동 시작
지자체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참정권 보장 촉구 운동이 본격화된다. 또 이들은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주민등록증 안쓰기’ 운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사회진보연대 등은 28일 오전 1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장에서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문날인 거부자들은 행정상의 편의 때문에 국민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인 참정권을 제한받고 있다”며, “국민의 권리는 보장하지 못하면서 의무만 다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희가 시작한 지문날인 이젠 끝내자!”
이어 서울대 사회학과 김진균 교수는 “박정희 군사통치시절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민등록제도는 이제 없애도 된다”며, “‘주민등록증 안 쓰기 운동’이 주민등록증제도를 실질적으로 없애 가는 운동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사회진보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김도형 변호사도 “(정부가) 지문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을 하나의 예비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끝으로 진보네트워크센터 이종회 소장은 결의문 낭독을 통해 “전국민을 상대로 한 열손가락 지문날인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다”며, “자신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따라 지문날인을 안 하거나 반대했다는 이유로 참정권이 제한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자체와 대통령 선거에서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모든 양심적 국민들에겐 지문날인된 주민등록증이 아닌 [대체]신분증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따르면, 주민등록증 이외에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경로우대증, 장애인수첩, 기술자격증, 기타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여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가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한국은행, 한국방송공사 등 정부 납입자본금의 5할 이상을 출자한 기업체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등 공무원증을 발급받는 국가기관 △수도사업, 주택사업 등을 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치․경영하는 사업체 △대학, 전문대학 등 각종학교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발행한 사진이 붙여진 신분증이 있어도 투표가 가능하다.
한편,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씨는 “다른 대체신분증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동사무소에 가서 사진이 붙여진 신원증명서 발급을 요구할 수 있다”며, “만약 정부에서 이를 거부한다면 항의방문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 진정,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를 제시하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권해석한 반면,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구체적 증명서가 아니고 관련 법령도 없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윤씨는 “주민등록증은 국가기관에서 발급한 신분증 중 지문날인이 되어 있는 유일한 신분증”이라며, “선거기간이라는 시점에서 주민등록증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지문날인을 거부한다는 상징적 의미”라고 ‘주민등록증 안쓰기’ 운동의 의의를 밝혔다. 이로써 이 운동이 향후 제2의 지문날인 불복종 운동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