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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활동가들이 직접 쓴 인권운동보고서 발간

[클릭! 인권정보자료] 『2004 인권운동보고서』



지은이: 인권단체연석회의/ 펴낸 곳: 도서출판 사람생각/ 펴낸 날: 2005년 4월/ 분량: 신국판 본문 496쪽


인권단체들의 광범위한 인권활동 정리

한국사회에서 연간 인권보고서는 1986년부터 대한변협에서 변호사들이 정리·집필하여 매년 발간하는 '인권보고서'가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정리하여 '인권백서'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보고서만으로 한국사회의 인권 현실을 다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인권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감하는 우리 사회의 인권현실, 하나하나의 사안을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갖는 문제의식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것은 위 두 보고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요소였다. 이번에 인권단체연석회의(아래 인권회의)가 엮어낸 이 보고서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5월 구성된 전국 34개 인권단체들의 네트워크인 인권회의는 인권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단체부터 신생단체까지, 성소수자·이주노동자·장애인 인권운동단체 지역의 인권단체들까지 두루 포괄하고 있다. 이들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서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인권운동의 중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며 인권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인권운동의 현황이 파악되기 마련이다.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인권현장을 발로 뛰는 인권활동가들이 직접 자신들의 활동을 정리해 문제의식과 활동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므로 다른 보고서에 비해 생생한 현장감이 묻어난다.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는 이 보고서의 목차만 보아도 어림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 2부는 지난해 진행되었던 인권운동을 △시민·정치적 권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차별 △인권교육 △과거청산 △국제연대 △지역운동 △정보인권 △기타 등 9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인권단체들이 관심과 열정을 갖고 대응했던 모든 분야가 이렇게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활동 가운데 2004년에 새롭게 제기된 운동으로는 △학내 종교의 자유를 위한 강의석 학생 지원활동 △대의제를 넘은 국민발의권·소환권 쟁취운동 △전범민중재판운동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활동 △정보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권활동가대회 준비모임에서 진행한 '반차별 포럼'에 대한 소개와 인권교육네트워크의 인권교육 활동을 소개한 점도 새로운 인식을 제공한다. 반면 인권운동의 중요한 수임사항으로 여겨지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영역은 그 활동이 다른 운동진영과 구별되는 인권운동만의 활동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것은 그만큼의 한계일 것이다.


복잡한 인권상황과 운동의 과제들

보고서 1부는 2004년 한 해 동안의 인권운동을 개괄하는 글인 '인권운동의 현실과 새로운 도전'을 싣고 있다. 여기서는 한국 인권상황을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와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발목을 잡고 있고, 자유권과 사회권에서는 여전히 인권침해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거기에 차별의 해소라는 과제까지 제기되는" 복잡한 상황으로 정리한다.

2004년의 인권운동을 정치권력의 의지가 반영된 과거청산 국면과 사법구조의 개혁 등에서 일정 진전이 있었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정보·감시 기술과 그에 따른 인권침해의 증대 현상을 지적한다. 또 탄핵 국면에서 드러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직시하며 인권단체들이 직접 민주주의 확장 운동으로 나섰던 맥락을 설명하고, 강화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인권침해가 구조화되는 심각한 상황을 짚어본다.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의 강화는 '노동자 배제의 민주주의'로 귀결되며 "따라서 자유권 영역에서의 일부 진전된 개혁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사회권 영역에서의 권리의 급격한 후퇴, 배제의 체계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짚어보는 것은 차별의 영역이다. 2004년 한 해 동안 진행되었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운동,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비롯한 교육권, 노동권에서의 차별해소 운동에 주목하고, 성소수자 차별철폐 운동의 작지만은 않은 성과를 되짚는다. 의식적인 반차별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인권운동진영 내부의 반차별 포럼이 차별운동을 주요 인권운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성과를 평가한다. 새롭게 부상되는 인권과제들로 북의 인권문제에 대한 대응, 동북아의 급박한 정세 속에서 평화권을 확립하려는 노력, 개발이 갖는 인권적 문제를 제기한다.


주제별 네트워크 활동, 인권회의 구성은 새로운 가능성 보여

한편 보고서는 이처럼 다양한 요구는 폭증하는 반면 이를 풀어 가야 하는 인권운동의 현실은 아직 척박함을 솔직히 인정한다. 대부분의 인권단체들은 소수 활동가의 헌신적인 활동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현실에서 인권의제를 선점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운동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며, 단체간 역량의 불평등도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이런 인권단체들은 주제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응하고 있는데 인권교육네트워크, 행형네트워크, 사회권전략팀 등이 그것이다. 이런 주제별 네트워크와 함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인권단체연석회의의 활동은 인권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인권운동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로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위한 노력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 △차별 문제에 대한 인권운동의 전략 마련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 간의 관계 정립 등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 부록으로 엮인 자료들은 훗날 한국의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여기에는 인권회의가 결성된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의 활동일지, 각종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낸 성명서 등 자료 모음, 17대 국회에 요구하는 인권입법과제 의견서, 소속 단체 소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인권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복잡한 인권현실에서 부족한 역량으로 바쁘게 뛰게 될 것이다. 올해에는 어떤 인권사안들을 인권단체들은 고민하며 현실 운동으로 풀어낼까? 올해의 활동은 내년에 2005년판 인권운동보고서로 정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