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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온통신' 조항 위헌 결정

헌재, '표현의 자유 침해' 인정


동성애자사이트 폐쇄, 군대반대사이트 이용정지 등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진행되어 왔던 인터넷 검열의 족쇄가 일부 풀릴 전망이다. 불온통신 단속 등의 조항을 담고 있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법률로 판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내용등급제의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망법'과 검열기구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인터넷국가검열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는 27일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와 동법 시행령 제16조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며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또한 "성(性),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혼전동거, 동성애 등에 관한 표현)이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규제되고,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표현들(예컨대 징집반대, 양심상의 집총거부, 통일문제 등에 관한 표현)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하는 것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경우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동법 53조 2항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결정요지를 발표하면서 "공중파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법률에 의하여 규제되는 범위를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음을 명백히 한 데 그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했으며, 하경철, 김영일, 송인준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공대위, "정통윤 심의 중단" 촉구

한편, '인터넷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인터넷공대위)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환영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번 판결이 정통윤의 조직과 활동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로 이어져야 하며, 정통윤은 위헌적인 일체의 심의 활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인터넷공대위의 장여경 씨는 "헌재의 결정은 국가가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며, 이에 따라 규제주체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론 정통윤이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또 "헌재의 결정이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재검토와 인터넷에서의 국가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