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날인거부 운동에서 ‘국가신분증제도’ 개편으로
주민등록제도는 국민통제 수단으로 중앙정부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지위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주민의 접근과 통제가 용이한 지방자치단체가 관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낮 4시 국가인권위 11층 배움터 2에서 지문날인 반대연대 주관으로 '국가신분증명제도와 국민기본권'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 지금까지 전개돼온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넘어 국민통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주민등록제도 자체의 대안이 모색됐다.
먼저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는 "단일한 국가신분증명제도는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정보들을 통합·연계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하고,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매개하는 중간적 존재로서 지방자치체나 시민사회 등을 배제하고 중앙정부가 직접 국민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들은 (자신이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검열에 의해 국가가 원치 않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회피하고 스스로 국가에 길들이게 된다"라며 '초감시국가'의 출현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국가감시 체제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국가권력을 제한해 온 헌법적 성과를 한번에 무너뜨린다"라며, 이를 '공화주의의 붕괴'라고까지 언명했다. 이에 따라 "국가권력의 완충체로서 생활공동체인 지방자치체나 시민사회 등을 국가는 되도록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라고 끝을 맺었다.
김기중 변호사는 "주민등록법을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지위를 정하는 법률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라며, "지방자치단체가 그 업무를 전적으로 관장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등록증에 관한 사항은 '신분증명법'과 같은 별도의 법률에" 담겨져야 하며, "주민등록번호는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라고 주민등록제도의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지문날인 반대연대 윤현식 씨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 접근하기도 쉽고 따라서 국민이 통제하기도 훨씬 쉽다"라며,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평했다. 이어 "기존 지문날인반대 운동도 이러한 방향 속에 위치지워질 때에만 의미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일본 '프라이버시 액션' 시라이시 타카시 씨는 지난 5일부터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민기본대장 네트워크'(아래 주기네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기네트는 지금까지 일본에 없었던 국가신분증과 등록번호를 도입한 것으로, 그 이용을 93개 업무영역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희망하는 자에 한해 IC카드를 발급한다. 그러나 주기네트는 중앙정부가 국민의 정보를 직접 관리한다는 면에서 한국의 주민등록제도와 유사하며, 일본 국민 모두는 '앞으로 주기네트의 이용이 확대될 것이며 IC카드도 의무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시라이시 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