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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진영종의 인권이야기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천국과 지옥


대한민국은 청소년들의 천국이다. 모든 대중가요가 청소년들의 취향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TV에서 방영하는 쇼 프로그램도 모두 청소년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다. 실로 청소년들이 모든 대중가요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대중문화에서조차 이렇게 청소년을 배려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진짜 청소년들의 천국이다. TV 쇼 프로그램이 그렇다보니 대중음악 공연도 청소년들이 표를 사서 관람하지 않으면 망하고 만다. 가수들은 청소년들에게 목숨을 걸어야 할 지경이다. 어디 그뿐인가, 월드컵 열풍이 지나간 이후로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걸고있는 프로축구 K리그도 청소년들이 성공여부를 완전히 쥐어버렸다. 정말 청소년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완전히 떠받들고 있는 형국이다.

청소년들이 나라의 주인인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청소년들이 장악하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다. 커피숍에를 한번 가보자. 손님으로 청소년들이 쫙 깔려있다. 더 기이한 것은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나르는 사람도 청소년들이 많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커피를 나르는 종업원도 모두 청소년인 것이다. 피자집에를 한번 가보자, 사정이 꼭 같다. 하지만 또 사정이 꼭 같은 것은 그렇게 많은 청소년이 있지만 주인은 절대 청소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주유소에 한번 가보자. 여기서는 차에 기름을 넣는 사람은 청소년이 거의 없는데, 기름을 넣어주는 사람은 대부분이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이 어른을 위해서 차에 기름을 넣어주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유소 주인을 위하여 청소년들이 차에 기름을 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주유소 주인을 위해 기름을 넣어준다고 할 수 있는가 하면 청소년들이 일을 하면 일당 내지는 시간당 지불해야하는 돈이 주인의 입장에서 무척 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기를 쳐도 사회적으로 별탈이 없다. 가끔 일당을 떼어먹어도 별탈이 없으며, 청소년들을 희롱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자르고 싶을 때 아무때나 잘라도 청소년이기에 별 문제가 되질 않는다. 커피숍에서도, 피자집에서도 사정은 똑같다.

청소년의 천국인 대한민국이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TV 쇼 프로그램이 청소년의 취향을 조작하고, 공연이 청소년의 돈을 짜내야만 하는 것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청소년들은 어디에서든지 돈을 구해서 청소년의 천국이 사실인 것을 입증해주어야만 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의 천국으로 보이는 현실이 사실은 우리나라를 청소년의 지옥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그냥 지옥이 아니라 돈 몇 푼으로 청소년을 꽉 잡고 있는 가장 더러운 지옥이 바로 우리사회인 것이다. 더러운 돈 몇 푼에, 청소년의 천국임을 입증하기 위한 더러운 돈 몇 푼에 청소년들의 일하는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완전히 잊혀져 버리고 만 것이다. 하기사, 천국을 논하는 자리에 인권이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진영종, 성공회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