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장의 단체행동권 봉쇄하는 직권중재제도 철폐! 법학교수와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 1백40명이 집단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파업이 1백77일째 되는 15일, 법률전문가 1백40인을 대표해 이광택 교수(국민대 법대), 김갑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등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권중재 제도 개선을 바라는 법학교수․변호사 선언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16일 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가 직권중재제도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한 지 1년이 됐다”며 “헌법재판소에 조속히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들이 나서게 됐다”고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직권중재 제도를 빌미로 사용자는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결국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며 “직권중재 제도는 파업을 자제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파업을 부추기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병원을 비롯해 통신산업,전기,가스,철도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노동위원회는 이들 사업장의 쟁의를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익사업장은 사전 조정기간 15일에 더해, 중재기간 15일 모두 30일 동안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아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일반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10일의 기간을 거쳐 조정이 결렬되면 쟁의 행위에 돌입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은 단체행동권이 봉쇄된 셈이라 할 수 있다.
이미 96년 헌법재판관 8명 중 김진우 재판관 등 5명은 관련 조항에 대해 “노동쟁의를 중재에 회부했을 경우에는 냉각기간인 15일 이내에 중재재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따라서 강제중재에 일단 회부하게 되면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며 “나아가 현실적으로도 공익사업체의 사용자들은 단체교섭이 결렬되더라도 중재에 의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봉쇄하면서 그들의 주장대로 중재재정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헌법 제33조 1항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잉 제한하는 것이고, 헌법 제11조 1항에 정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위헌결정 정족수인 2/3에 이르지 못해, 당시엔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광택 교수는 “헌법재판관 다수가 위헌의견을 냈고 법학자들도 위헌이라는 지적을 많이 해왔는데,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직권중재 조항을 폐지하는 입법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병원 파업의 근본적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병원노조간부에 대한 형사처벌 중단 △대화와 중재를 통한 조속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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