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해 10일 낮 2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는 '배움터 1'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바란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권위를 향한 인권단체와 시민사회의 신랄한 비판들이 이어졌고,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먼저 인하대 법대 이경주 교수는 인권위의 위상에 대해 "새로운 종류의 준사법기관의 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권옹호의 정책기관, 인권옹호의 나팔수가 출현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인권위에 "자유권 보호와 관련해 인권정책기관으로서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진단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고문조사 독립기구 설치 △준법서약제의 폐지 △감청 합법화에 따른 문제점과 정보남용에 대한 구제제도 △집회의 자유와 제한 문제 등에 대한 정책기능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다음으로 김수현 도시사회연구부장은 "사회권은 국가에 대한 방어권으로 이해되는 자유권과는 구조적으로 다르고 재정투자와 직접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실현의 조건과 방법에 있어서도 본질적으로 다르다"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서 사회권을 이야기했다.
김 부장은 "사회권에 관한 한 인권위는 한 것이 없다"라고 단언한 후, △사회권과 관련된 실태를 조사해 달라 △사회권의 이름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라고 '도장'을 찍어달라 △사회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민중운동단체를 지지·엄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권위의 법적 한계에 대해 발제를 맡은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는 법적 한계보다는 인권위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회 시작에 맞춰 짤막한 인사말만을 한 후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간 김창국 위원장이 단적인 예였다.
한 교수는 "그 순간 '내가 이 자리에 왜 있나'라는 회의가 들었다"라며, "인권위를 대표적으로 고민해야 할 분이 인권위의 운영방식에 대해 더불어 고민하겠다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권위가 딱딱한 법적 기본권이 아니라 따스하고 부드러운 인권의 개념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인권위와 인권단체와의 관계에 대해 "인권위는 총 15회, 1백39개 단체, 1백92명 참석을 내세우지만 이와 같은 의례적인 간담회 몇 번이 전부였다"라며, "함께 구금시설을 방문하고 정책을 검토하고 인권의 진전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인권위가 인권영화를 만드는데 '공모'를 하지 않은 점 등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본마저 유린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질이 부족한 사람, 비도적적인 사람은 퇴진운동의 거센 흐름에 직면하기 전에 스스로 진퇴를 분명히 했으면 한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