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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대체복무제 도입 미루지 마라


지난 10일 서울지법 형사8단독 이민영 판사는 반전·평화의 신념을 가지고 병역을 거부한 나동혁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민영 판사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며 실정법에 따라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사의 주장은 일견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판결의 근거로 삼은 실정법은 법원 자체로부터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법이다. 상당수의 판사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정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민영 판사는 위헌적 소지가 있는 법률을 근거로 실형선고를 감행하는 무책임함을 보인 것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대체복무입법을 촉구하는 의견이 강력히 개진되어 왔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대체복부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높기도 했다. 문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묵살해온 것이다.

일년사이에 시계바늘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인정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방법은 대체복무를 입법화하는 길뿐이다. 일찍이 유엔 인권위원회는 1998년, 2000년 두 차례 결의안을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권으로 인정했으며, 국가들에게 대체복무입법을 촉구해왔다. 독일, 이스라엘, 대만 등 40여개 나라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헌법 및 하위 법령에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처벌'로서 양심의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행렬을 막을 수 없다. 최근 들어 비종교적인 이유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임을 실증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대체복무제 도입 더 이상 미루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