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처벌 합헌' 결정을 한 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속과 실형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씨와 여호와의 증인 김모 씨·유모 씨는 3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와 부산지방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구속 이후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보석으로 풀려나 있었지만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정구속됐다.
지난 26일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은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양심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밝혔다. 반면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해 인정될 수 있다"며 양심의 자유를 소극적으로 해석해 한해 600여 명에 달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처벌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대법원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헌재 역시 "법적 의무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입법자는 개인의 양심과 국가 법질서의 충돌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양심과 병역 의무라는 상충하는 법익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안으로써 대체복무제가 고려된다"고 권고했다. 또한 헌재의 이번 결정에 반대한 김경일, 전효숙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비폭력, 불살생 등으로 나타나는 평화에 대한 이상은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이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적극 옹호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대법원과 헌재가 대체복무제에 대해 입법부로 공을 넘기면서 대체복무제를 입법화할 강력한 사회적 동기가 마련됐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한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이 연이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최 공동집행위원장은 "헌재 결정 이후 병역거부자들이 재판에서 모두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2645호
- 박석진
- 200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