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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새 정부 인권과제를 말한다 ⑥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보장

인간다운 삶의 버팀목, 사회권의 보장


시민적 권리와 정치적 자유가 신장된다 하더라도, 먹고사는 것이 힘겹다면, 또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없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인간다운 삶이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개인이 가진 경제적 부에 관계없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 즉 사회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과 생활은 곱절로 불안정해졌고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간격은 훨씬 벌어졌다는 점에서, 지난 김대중 정부의 사회권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새 정부는 지난 5년간 후진만을 거듭해 온 사회권의 보장을 위해 애써야 한다.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가난에 허덕이는 이른바 '노동하는 빈곤층',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항상적인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의 차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비정규노동자의 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용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인간다운 삶의 토대인 적절한 소득과 주거, 교육, 의료 보장은 결코 시장에 내맡길 수 없다.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는 빈곤층에게 실질적인 생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현실화되어야 한다. 위로만 치솟는 주거비용은 저소득층의 얼굴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어왔다. 최저주거기준을 정하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와 주거비 보조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실질 본인부담금 수준을 20% 이하로 낮춰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한편, 공립병원 및 보건소를 확충하고 약값은 환자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이 부의 세습을 더욱 공고히 하는 불의 역시 타파돼야 한다. 영유아에 대한 공보육·공교육화를 실시하고, 중등교육과정까지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조처이다. 파업권을 침식하고 있는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조항은 폐지하고,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적용 등의 형사소추나 가압류·손배소송 등은 제한돼야 한다.

한편, 지난 해 말 국회에서 통과돼 버린 경제자유구역법은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의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수출자유지역의 재판이자, 환경과 공교육, 공공의료에 대한 재앙이다. '외자유치'라는 주문에 빠져 사회권을 후퇴시키는 위헌적인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없는 대세로 여긴다면, 민중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사회는 절망에 흐느끼게 될 것이다. 정부가 경제성장의 구호 속에 인간다운 생존을 희생시키는 일을 되풀이한다면 민중의 저항은 예정된 일이다. 사회권의 보장과 평등의 증진을 향해 나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