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의 휴업 위협과 창원지법의 시신 퇴거 가처분결정, 이에 맞선 금속연맹의 '1천 결사대' 파견과 대규모 연대파업 예고로 극한적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 12일 오전 6시, 두산중공업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는 고 배달호 씨가 사측에 의한 노조탄압으로 분신한 지 63일만의 일이다.
지난 10일 창원 현지를 방문한 권기홍 노동부장관의 직접 중재로 3일간의 긴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이뤄진 이번 합의에는 그동안 노조측이 주장해 왔던 요구사항들이 상당수 수용됐다.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의 완전 취하 △조합비 가압류는 40%만 적용 △파업으로 인한 해고자 18인 가운데 5인의 우선 복직 △지난해 파업기간 중 무단결근 처리로 인한 임금 등 순 손실분의 50% 지급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 약속 등이다.
이러한 합의 내용은 애초 개인·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그대로 유지하고, 지난해 47일간의 합법파업에 따른 무단결근처리와 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담고 있지 않아 노조측이 수용을 거부해왔던 노동부 중재안보다 크게 나아간 것이다.
두산중공업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되자, 민주노총은 이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사태 해결을 계기로 노조원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동원한 혹독한 노동탄압으로 고 배달호 노조원을 분신자살로 몰고 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현장에서 뿌리뽑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가 모두 취하됨으로써,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던 두산측이 손배·가압류를 취하함에 따라 다른 사업장이 취하 거부를 고집할 명분을 잃게 됐다"며 두산의 사례가 전국 50개 사업장의 총 2천2백억여원에 이르는 손배·가압류 문제의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내용에서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손 교육선전실장은 "조합비 40%에 대한 가압류가 여전히 남아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해고자 13인 복직문제도 아직 합의되지 못해 향후 노사대립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른 한편, 손배·가압류 남발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민변 노동위원장 김선수 변호사는 "두산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다른 사업장에서 노조탄압 수단으로 손배·가압류가 악용될 수 있는 소지는 여전하다"면서 "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적대시하는 사측의 태도나 형사처벌 위주로 대응하는 법원의 태도 역시 변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민변·민주노동당은 지난 5일 공동으로 마련한 노동법 개정안을 대국민 공청회를 거쳐 입법청원하고 개정투쟁을 계속 벌여나갈 방침이다. 손 교육선전실장은 "노동부 안에서도 손배·가압류 대책이 논의되고 있고,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이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마련된 만큼, 이와 관련한 노동법 개정은 희망적"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고 배달호 씨의 장례식은 14일 오전 8시 발인식을 거쳐 노제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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