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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라크 아이들아, 걱정마!"

아이들이 외치는 '평화'의 함성


"저 눈망울 한 번만 바라본다면∼ 보드라운 볼 한 번만 부벼본다면♪ 전쟁을 반대해∼ 평화를 사랑해♬"

고깔모자를 쓴 아이들 수십 명이 삐뚤빼뚤 만들어 온 '전쟁 반대' 피켓을 손에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른다.

국제 반전행동의 날을 맞은 지난 15일, 이렇게 평화를 노래하는 아이들의 행렬이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부터 인사동을 지나 종묘공원까지 길게 꼬리를 물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 김중미 씨가 있는 '기차길옆 작은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이날 행진에 참가한 초등학교 5학년 진주는 전쟁이 생명을 앗아가고 아이들을 다치게 만든다는 걸 잘 안다. "이렇게 하면 우리들 마음이 이라크 아이들한테까지 전달될 것 같아요." 모두들 봄나들이 가는 토요일 오후, 이렇게 아이들은 반전평화 시위를 벌였다.

"여기가 국내에서 반전평화운동 제일 열심히 하는 곳이에요." 근래 국내 반전운동을 카메라에 담고있는 이미영 감독은 이날 행사를 준비한 '박기범 이라크 통신'(cafe.daum.net/gibumiraq) 식구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지난달 22일 맨몸뚱이 하나로 전쟁을 막아보겠다며 이라크로 떠난 동화작가 박기범 씨와 함께 하는 이 카페에는 어린이도서연구회, 겨레아동문학연구회 등 여러 어린이관련 단체와 개인이 모여있다. 아프간전쟁 때도 '어린이와 평화운동'을 벌인 바 있는 박 씨와의 인연이 이들을 처음 한 곳에 묶어세우는 계기가 됐다.

카페 게시판에는 '박기범 아저씨'를 응원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빼곡하다. 오래 전 만난 적 있는 아저씨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나래는 "전쟁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이라크 어린이들하고 재미있게 놀다오세요"라는 바람을 적었다. "전쟁을 하면 더 전쟁이 커져요", "이라크 아이들아, 걱정마. 전쟁이 나면 우리 동네로 와 같이 놀자"…. 아이들이 쓴 시에서도 아이들이 내뿜는 평화의 기운이 가득하다.

"모두들 전쟁 얘기하면서 증시니 경제니 돈 얘기만 하지, 사람이 죽는 얘기는 하지 않더군요. '사람의 논리'가 사라진 세상을 바꾸려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평화의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카페 식구들로부터 '평화일꾼'으로 불리는 겨레아동문학연구회 심명숙 씨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전'을 외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들과 함께 외치는 평화의 함성이 '힘과 돈의 논리'가 판치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라는 이들은 전쟁이 터지면 난민지원활동도 계속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