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
이 세상에는 이어가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폭력과 전쟁이다
평화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심한 전쟁이 이어온다
평화를 찾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이 세상에 평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네 번이나 전쟁반대 하는 곳에 간 이유는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평화가 넘치는 세상을 보고 싶다
폭력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다
(2003. 4. 20)
이 시를 쓴 한길이(가명)는 '기차길 옆 작은 학교' 아이이고 중 1이다. 한길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 특히 장애를 가진 어머니는 못 배우고 약하다는 이유로 가정뿐 아니라 일터에서도 늘 착취와 무시를 당해야 했다. 때때로 생명을 위협할 만큼 극심한 폭력에 놓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길이는 폭력과 전쟁의 관계를 잘 이해한다. 작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동안 작은 학교 아이들끼리 날마다 촛불기도를 할 때, 한길이는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 동화작가 박기범이 소망나무를 시작했을 때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작은 학교 식구들과 대학로를 찾았다. 작은 학교 6학년 아이들이 하는 '평화 지킴이' 활동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빈민지역의 아이들은 학교나 마을, 가정에서 겪는 폭력으로 자신들도 모르게 폭력에 길들여진다. 그러다 보니 작은 학교 안에서도 힘 센 아이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평화 지킴이'다.
'평화 지킴이'는 작은 학교 안에서 만이라도 다른 동무들보다 더 약하고, 가난하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게 노력해야 한다. 동무들끼리 다툼이 있으면 '평화 지킴이'가 나선다. 그런데 '평화 지킴이'는 절대 몸이나 말로 힘을 써서는 안 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토론으로 다툼을 끝내야 한다. 아이들은 토론을 통해 평화를 지키는 시작은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 이라크 어린이나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일에 참여하면서 일상 속에서 지키는 작은 평화가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에서 만난 평화바람의 초대를 받아 이번 축제에 참여하게 된 작은 학교 아이들은 평택에서 또 한가지를 배울 것이다. 평화는 작고 여린 생명이 모이고 모여서 다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기차길 옆 작은학교 이모 김중미]
- 2580호
- 김중미
- 200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