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당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
지난 3월 한 달 국내 상영작 공모기간 동안 모두 21편의 작품이 7회 인권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다큐멘터리 11편, 극영화 1편으로 올해도 역시 다큐멘터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독립 다큐멘터리와 인권의 의좋은 만남은 올해도 변함 없이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대부분의 극영화는 인권에 대한 인식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인권' 영화라 보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었다.
선정된 유일한 극영화인 <여기가 끝이다>는 '탈북자들의 남한 적응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방인으로 취급당하는 이들의 처지를 간결한 내러티브를 통해 강렬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인권영화제로선 '반가운 극영화'였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특히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작품이 4편이나 출품되었다. 이중 지난 맹렬했던 이동권 투쟁을 일지형식으로 기록한 <버스를 타자>와 장애인 여성들의 독립 과정을 담은 <거북이 시스터즈>가 최종 선정되었다. <버스를 타자>가 이동권 투쟁의 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힘있는 작품이라면, <거북이 시즈터즈>는 '어둡지 않은 장애인 영화의 미덕'을 보여주는 밝은 영화이다.
지난해부터 산업연수생 제도를 둘러싸고 봇물 터지기 시작했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비자' 쟁취투쟁을 담은 <우리는 이주노동자다>는 '보호받아야 할 온정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이 권리의 주체로 서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권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KBS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파견법 철폐'에 헌신한 주봉희 씨의 이야기를 담은 <필승>과 동아엔지니어링 노동자들의 기나긴 정리해고 투쟁을 다룬 <노동자, 아름다운 사람들> 역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최초 상영된다.
이외에도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 이야기 <경계도시>, 성매매 피해 여성의 어두운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싼 <나와 부엉이>, 80년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신했던 김종태 열사의 생전의 삶과 희망을 반추해 본 <김종태의 꿈>,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를 월드컵 열기와 대비시켜 본 <그들만의 월드컵>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었던 '인권다큐'들 대부분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작품 선정은 인권운동사랑방이 주관했으며 스탭으로 일하는 자원활동가들의 의견과 자문위원들의 자문을 받았다. 이 작품들은 올해의 인권영화상의 후보가 된다. 영화제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폐막식(5월 28일)에서 최종 수상작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