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20세기 인권의 역사
지은이: 커스틴 샐라스 / 옮긴이: 오승훈/ 편낸이:은행나무/ 2003년 5월/ 457쪽
'인권'은 가난하고 억압받고 묶인 자들에게 '해방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영국에게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시킨 '침략의 언어'이기도 하다. 침략의 언어로서 인권은 20세기 어떤 얼굴로 인류의 역사에 들어왔는지 다양한 자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풀어낸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마치 '거꾸로 읽는 20세기 인권의 역사' 같다. 보편의 허울 속에 숨어 있는 인권이 실재로 강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히는지, 그토록 위엄있어야할 국제인권문서들이 왜 아름다운 말 잔치로만 끝나는지 그 이유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는 1940년대 중반 루즈벨트 집권 이후, 미국은 그들의 국가이익을 확대시키고자 국제주의를 대중화시키는 방편으로 인권을 선택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유엔을 중심으로 세계인권선언부터 국제형사재판소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국제정치, 외교 무대에서 인권이 어떻게 강자의 윤리로 수단화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인권선언의 성안과정은 철저하게 보이지 않는 미국의 손으로 이루어진 한편의 드라마이고, 전범재판은 인권 십자군이라는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인권은 인류가 지향해야할 목적이지만 그 이면의 역사는 역설적이게도 강자가 약자를 제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인권이 갖는 이러한 속성은 인권운동가를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의 인권운동이 그 한계를 넘고 일어서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