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급률 100% 시대, 최저주거기준 법제화 토론회 열려
4일 오후 2시, <최저주거기준 법제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한국도시연구소, 전국공공영구임대주택연합, 주거복지연대 등 15개 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최저주거기준'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 주거 수준으로 가구당 방 수, 화장실, 부엌 등 시설 및 면적 기준과 주택의 물리적 상태 등을 정해놓은 기준을 말한다. 기본적 권리로서의 '주거권'에 대한 이해의 확대는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에 대한 요구로 이어져 왔고, 정부도 지난 2001년 '최저주거기준 설정' 조항을 포함한 주택건설촉진법(아래 주택법)을 입법 예고해 기대를 모은바 있다. 당시 법안에서는 주거면적, 방의 개수, 주택의 구조 및 환경 등 최저주거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정부는 2001년 법안에서 '최저주거기준 설정'을 삭제한 채 국회에서 주택법을 통과시켜 인권·사회단체로부터 '시대를 역행하는 주거정책'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도시연구소 홍인욱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지난해 주택 보급률이 100%에 이르렀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이 지표는 실제로 침실이 부족하거나 전용 부엌, 화장실이 없는 가구(총 330만 가구, 전체 가구의 23.1%)의 주거환경을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의미가 없다"며, "새로운 정책 지표로 최저주거기준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정부에서 1백만호씩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여전히 집조차 없는 가구가 존재하고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저소득층의 주택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을 가리키며 "이는 공급중심의 주택정책이 가진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또 "주거복지정책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당장에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어렵더라도 저소득층의 주거문제와 관련해 효과적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 동안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를 반대하며 정책적 활용만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홍 책임연구원은 "법제화되지도 않은 최저주거기준이 정책적으로 활용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90년대 초 영구입대주택이나 김영삼 시절에 공급된 50년 공공임대주택 등도 지속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고, 정부가 최저주거기준을 고시했던 2001년 이후도 정책적으로 최저주거기준을 활용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 강팔문 과장은 과거 정부정책이 주거환경과 복지보다는 투기억제와 주택공급에 치중했던 점을 인정하며 "주택정책의 새로운 방향으로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최저주거기준이 법제화되면, 기준에 미달한 주거환경에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기획예산처 등의 반대가 있어 왔다"고 설명하면서 "최저주거기준이 주택법 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밝혀 '최저주거기준의 법제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부산 대연·우암동 주거대책위, 부천 오세동 세입자 대책위, 서울 공릉 1단지 주민 등 1백40여명이 참석해 토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