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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제 사회권 네트워크의 출범 (중) - 유엔내 사회권, 어디까지 왔나

사회권 실현을 위한 유엔 특별보고관 활동


사회권 네트워크 창립 총회 둘째 날인 9일 저녁, 회의장 한 곳에서는 '사회권 관련 유엔 특별보고관 제도의 활용'에 관한 소토론회가 진행됐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사회권과 관련해 98년 교육권, 2000년 식량권과 주거권, 2002년 건강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을 각각 임명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카타리나 토마세브스키 교육권 특별보고관을 제외하고 세 영역의 특별보고관 내지 보좌관이 참석해, 자신들의 활동 상황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특별보고관들의 활동에서 젠더의 평등, 무역 자유화의 부정적 영향, 빈곤과 각 권리의 상호관계 등을 파악하고 인권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들 특별보고관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은 유엔 인권기구 내에서 각 권리의 개념적 발전 및 실천이 어디까지 왔는지에 대한 답을 찾게 해준다. 특별보고관 등 독립적 전문가들은 인권의 내용을 발전시키고 권리의 실현 방법을 제안하는 동시에, 인권위원회에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권 침해사례가 발견될 때 책임 있는 국가나 관련 기구를 상대로 권고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집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

밀룬 쿠타리 주거권 특별보고관은 "토지, 강제퇴거, 물의 이용과 위생, 건강, 빈곤 및 세계화의 영향 등 적절한 주거에 관한 폭넓은 쟁점들을 검토해왔다"며 "올해는 여성의 적절한 주거권 실현에 대한 초보적 연구 보고서를 인권위원회에 냈다"고 말했다. 특별보고관은 또 지난 3년 동안 루마니아, 멕시코, 페루,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도 방문해 주거권 상황을 조사한 바 있다. 밀룬 쿠타리는 "앞으로 물에 대한 권리와 위생, 세계화에 대한 지역적 대응, 주거권 지표의 개발과 평가 방법, 장애인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로 연구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하비타트 연합의 조셉 체크라는 "집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라며 "특별보고관이 현지를 방문하게 하거나 해당 국가에 긴급 서한을 보내도록 해 국가가 주거권 보장의 의무를 잘 이행하는지 감독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페루의 경우, 특별보고관의 방문이 세입자 보호 정책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토론 시간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차별 문제, 집단적 소유 등 대안적인 땅의 소유 형태의 문제 등 흥미로운 질문들도 줄을 이었다.


"굶어 죽는 것도 제노사이드"

존 지글러 식량권 특별보고관의 보좌관인 샐리 앤은 "특별보고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세계적 차원에서 식량권의 쟁점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것"이라며 "현재 무역 자유화가 식량권에 미치는 영향, 식수 문제, 땅과 여성과의 관계 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식량권 단체인 피안(FIAN)의 마이클 윈트프는 "WTO 등 무역과 식량 문제, 땅과 물의 사유화 문제 등을 제기할 때 특별보고관의 연구 보고나 조사방문 활동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국가들을 방문해 식량권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을 권고하기도 하는데, 대표적 성공 사례로 브라질이 꼽혔다. 마이클 윈트프는 "존 지글러가 2002년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기아로 사람들이 죽는 것에 대해 '제노사이드'(집단살해)라고 표현해 식량권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다"고 말했다. 특별보고관의 방문 보고서는 브라질 내에서 경작되지 않은 채 버려진 땅에 대해 농민들의 점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적 논의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데 기여했고, 브라질의 새 정부가 특별보고관의 권고에 기반해 '기아 제로'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수립하게끔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샐리 앤은 "식량권에는 먹을 권리뿐 아니라 식량에 대한 자급권(the right to feed oneself)까지 포함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자유무역에 의해 소농들이 불이익을 보고 식량주권이 훼손되는 것 역시 식량권의 중요한 문제"라고 관련된 질문에 답했다.


가난과 건강의 연관성 찾기

건강권 특별보고관은 바로 지난해에 임명돼 이렇다할 활동 내용은 아직 축적되지 않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열중해왔다. 보좌관인 쥬디스 부에노는 "특별보고관 폴 헌트는 건강권 개념을 확립하고 실현 사례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권 특별보고관이 특별히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가난이 건강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와 건강상태가 초래하는 낙인 및 차별의 문제다. 쥬디스 부에노는 구체적 쟁점으로 빈곤 완화 전략, 정신적 건강권, 무역 정책과 건강권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