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동자들, 하반기 노동3권 쟁취 결의대회 열어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북상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여름비가 서울 시내를 적신 18일 오후 1시,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힘찬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주노동운동의 역사와 함께 해온 노래 '철의 노동자'의 가사만큼 이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은 없는 듯, 노래를 부르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의장 정종태) 주최로 열린 이날 '특수고용직 노조 간부 결의대회'에는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전국건설운송노조, 화물연대,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골프장경기보조원노조 등 전국의 특수고용직 노조 간부 60여명이 함께 했다. 특수고용대책회의는 지난해 구성된 이래 지금까지 22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해 오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허울좋은 사장님'이 아니라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 사회보험법 등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하반기 입법투쟁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민주노총 홍준표 부위원장은 "올 들어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 때마다 비가 내렸는데, 우리들의 절실한 요구가 비가 되어 내리는 듯하다"며 말문을 연 뒤, 현 정부의 태도를 강력 규탄했다. 홍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지난 5월말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보호법안이 매우 기만적인 법안인 만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올 하반기 노동3권을 반드시 쟁취해 내자"고 격려했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이란 '유사 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 등을 부여하겠다는 방안을 말한다. 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인정하지 않은 채, 이들을 '유사 근로자'로 규정하고 노동3권이 아닌 임의단체의 설립과 단체교섭권만을 부여한다는 것이어서 지난 2000년 특수고용직에 대해 노동3권과 임금, 해고 등의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한 정부의 '준근로자 보호방안'에 비해서도 훨씬 후퇴한 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합원 전원 해고 위협과 용역깡패를 동원한 사측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단일노조를 설립, 73일간의 파업 끝에 지난 12일 사측으로부터 노조활동을 인정받은 전북 익산CC 노조 민효준 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된 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며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월 레미콘 기사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얻어낸 전국건설운송노조,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위원장의 단식농성이 일주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재능교육교사노조, 올 들어 특수고용직 노동자 투쟁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등도 하반기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연대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 특수고용대책회의는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