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을 약속받은' 귀족 노동자들",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익숙한 이야기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려 할 때면, 때를 놓칠까 무섭게 이 같은 선동들이 전파를 타고 지면을 채운다. 이번 표적은 최근 파업을 끝낸 현대차 노동자다. "올해 현대차 노동자 평균 연봉 5천만 원 이상". 보수 언론들은 자극적인 수치로 이성을 마비시킨다. 의례 생산직 노동자는 적은 임금을 받아야 당연하다는 이 사회의 천박한 의식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매일 잔업에, 특근에, 철야까지 쉴 틈 없이 골병 들 정도가 되어야 그 돈을 받게 된다는 사실은 부러 외면한다. 불로소득자에게 관대한 언론이, 세금 떼먹기를 밥먹듯이 하는 재벌이, 땀흘려 일한 대가를 쟁취하는 노동자를 불온시하는 세상은 뭔가 한참 잘못됐다.
게다가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 저임금 문제까지 정규직 노동자 탓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말은 바로 하자. 비정규직이라 이름만 달리해 똑같은 일 시키면서도 임금 적게 주고 수시로 해고하며 노동자를 물건 취급하는 것은 자본의 장기 아니던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열시키고 이간시켜 득 보는 것 역시 그들이 아니던가. 짐짓 비정규직 노동자 위하는 척 사탕발림 해대는 모습은 가증스럽다. 그들의 속내란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까지 쉽게 해고하고 임금과 노동조건도 비정규직에 맞춰 하향화시키는 데 있다. '노조와의 공동 결정' 없이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현대차 노사 합의에 대해 경영권 침해라고 거품을 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권 행사를 기득권자의 이기주의인 양 오도하는 언론의 입방아에 춤추며 산업자원부가 들고 나온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 방안은 이러한 자본의 탐욕을 충실히 대변한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등을 "사용자의 권리"라며 정당화한다. 노동자의 상태를 자본주의 초기로 되돌리려는 사용자의 '이권'을 '인권'인 양 왜곡하고 있다.
시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에 대한 여론 공세는, 노동자에게 비참한 생활을 강요하는 적대 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 2395호
- 200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