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용 원격강의 프로그램을 교사 감시수단으로 불법적으로 사용해 온 경기도 김포시 소재 통진중학교와 통진종합고등학교의 이사장과 교장 등이 민주노총에 의해 고발됐다.
25일 민주노총 최세진 정보통신부장은 "통신중과 통진종고는 2003년 5월부터 교사들의 동의도 없이 학교에 불법적으로 감청설비를 설치하고, 교사들의 전자통신 내용을 불법적으로 감청, 이를 통해 취득한 자료를 이용해 교사들을 징계해 왔다"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학교측의 불법 감청으로 피해를 입은 교사들을 대신해 이날 오전 11시 전모 이사장과 통진종고의 이모 교장, 통진중의 탄모 교장 등 5인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최 정보통신부장에 따르면, 통신중과 통신종고는 지난 5월 17일경 전모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넷오피스쿨'이라는 감청 장비를 설치한 후 교사들의 통신 내용을 불법적으로 감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통진종고의 오모 교사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남편과 메신저로 채팅을 시작하자 몇 분내에 교감에게 호출돼 사유서 제출을 강요받았으며, 일주일 후 채팅 내용을 증거자료로 '견책' 징계를 받았다. 뒤이어 7월에는 통진중 최모 교사가 '넷오피스쿨'이 감시프로그램임을 알아내고 프로그램을 삭제하자, 학교측은 이를 빌미로 전교조 조합원인 최 교사를 '파면'하기까지 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적인 전기통신의 감청이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를 금지하고(3조) △불법 감청에 의해 지득 또는 채록된 통신 내용을 재판 또는 징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4조)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16조) 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역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지 못하도록 하고(49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62조) 하고 있다.
'넷오피스쿨'은 원래 원격강의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사이트 접속 내역이나 통신 내용은 물론, 모든 프로그램의 사용 내용과 마우스의 움직임까지 확인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오로지 교사들을 감시하기 위한 '감청설비'로 설치해 활용해 온 것.
최 정보통신부장은 "최근 작업장에서의 노동감시가 매우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어 노동자들이 감시당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면서 "제조 목적과 무관하게 노동자 감시·통제용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은 정보통신부에 등록하도록 해 실질적인 규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감시근절을위한연대모임의 이황현아 씨(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도 2001년 작업장내 감시카메라의 철거를 요구하는 파업 끝에 결국 승리한 ㈜대용의 사례를 들며 "현재로서는 노동자들이 현장 투쟁과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감시를 막아내는 것이 최선의 돌파구"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씨는 "통합프라이버시법의 제정은 물론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 문제를 특별히 다룰 수 있는 노동감시규제 입법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