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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카메라로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만나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군사주의 문화 고발

지난 몇 년간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의 역사와 현주소를 그린 다큐멘터리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감독 김환태)이 지난 25일 첫 선을 보였다. 카메라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한 솔직한 감독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으로서 기독교적인 감수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감독에게 병역거부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병역 거부자들의 신념과 양심의 진정성을 느끼면서 점차 따뜻해진다.

영화는 지난 2001년부터 본격화된 운동의 흐름을 짚어내는 동시에 다양한 병역거부 운동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사회에 뿌리깊이 남아 있는 군사주의 문화를 고발한다.

"법의 이름은 살아있는 제 몸을 시체를 염하듯 단단히 묶어 관속에 넣었습니다. 조국과 민족에의 충성의 이름이 사방에서 불타 올라 저의 청춘을 불태워갔고, 세월의 이름은 화장터 굴뚝 위의 냄새 같은 것을 제 몸에 남겼습니다."

60년대 말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어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의 이야기다. 단지 종교적 양심이 국가의 전체 논리와 상충된다는 이유로 7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그는 지금도 꿈속에서 어두운 감방을 경험하곤 한다. 사회는 그를 국가안보를 위해한 자로, 종교적 이단자로 배척했다. 그것이 그가 총을 들지 않은 대가다.

1939년부터 지금까지 60여 년 간 한국사회에서는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로 전과자가 되었으며,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정치적,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목소리도 현재의 남북 대치상황과 군 형평성의 문제를 들어 묵살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안보라는 이름 하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개인의 신념과 권리를 무시하고 그들의 인권을 희생시켜 온 것이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를 통해 "내 안의 편견과 폭력성, 그리고 국가에 의해 훈육된 가치들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회 각층의 의견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를 찾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