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이었음에도, 감옥을 갔다왔다는 것도 바깥에 나와 있다는 것도 잘 실감나지 않습니다. 이곳을 '바깥'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직 마음은 '그 안'에서 완전히 못 떠나온 듯 합니다.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감옥에 있었던 것이 꿈같기도 하지만, 감옥의 경험을 소중한 밑거름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지난 4일 성동구치소를 나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염창근 씨의 말이다. 염 씨는 2003년 11월 13일이 입대 예정일이었으나, 반전평화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여 1월 29일 구속, 4일 보석으로 구치소를 나왔다. 병역법 88조 1항1호의 위헌 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을 재판부가 인정했기 때문.
불교신자로서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의제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킨 오태양 씨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002년 6월 중단됐던 오 씨의 재판은 헌재의 결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재판부가 바뀌면서 17일 다시 시작된다. 오 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국제평화·인권·난민 지원활동을 하는 '좋은벗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반면에 또 다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임태훈 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임 씨는 신체검사 당시 군 당국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을 가려내기 위해 만들어낸 설문 문항에 표시하는 것을 거부하며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소위 (동성애를) 비정상 성으로 규정하고 있는 군대에 입대를 거부함으로써 불복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후 구속, 수감된 임 씨는 13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임 씨의 단식은 이성애가 아닌 다른 성적 지향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다.
국제엠네스티는 2월 27일 성명을 통해 "임태훈 씨는 윤리적, 정치적, 인류애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것 때문에 구금되었으므로, 양심수의 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임 씨를 포함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중인 모든 사람들의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했다.
학살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나라에서 반전·평화의 신념으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은 '범법자'가 되어 구금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평화는 군대와 함께 오지 않는다'는 병역 거부자들의 신념은 행동으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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