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 공동성명 발표…송두율, "노동당 탈당, 헌법 준수"
결국 국정원과 공안검찰이 송두율 교수를 굴복시켰다.
14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 교수는 "저로 말미암아 생긴 혼동에 관해 어떤 해명이나 사과보다도 다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 노동당에서 탈당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며 △독일국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 학문의 출발점이자 미래인 이 땅이야말로 제가 있어야 할 곳입니다…. 이 나라의 민주화와 남북한의 화해 협력의 길에 저도 계속 동참 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라며 처벌을 받더라도 이 땅에 남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공안검찰 일각에서 "과거 친북 행적에 대한 반성 수위에 따라 사법처리 강도를 결정하겠다"는 '경고'가 흘러나오는 와중에 개최된 것이어서 송 교수에 대한 기소 또는 추방 위협이 이 날 의 기자회견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이종회 소장은 "송 교수가 사상전향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남한과 북한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 아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보통 사람이라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될 '헌법준수'라는 준법서약까지 강요됐고, 고향에서 학문 연구에 정진하고 싶어 37년만에 귀국한 사람에게 가해진 국외 추방 위협은 독일국적 포기 결정을 낳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21개 인권단체는 14일 낸 공동성명서 를 통해 송 교수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입회가 보장되지 않아 피의자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고 △입증되지 않은 혐의사실이 국정감사 도중 국회의원을 통해 마치 진실인 냥 공개되었으며 △여론재판을 통해 '간첩'으로 낙인찍히는 등 "송 교수의 인권은 존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또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사상을 검증하고', '어느 편에 속하는지를 확인하고', 또 '그것을 밝히라고 강요하는' 냉전적,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검찰의 전향서와 반성문 제출 강요는 "정부당국이 이미 인권침해를 이유로 폐기한 과거의 전향제도나 준법서약제도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인권단체들은 이와 함께 송 교수에 대한 처벌은 물론, 모든 사법절차의 중단을 요구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해 왔던 지식인들마저도 송 교수 문제에 대해서는 공소보류 등 구속을 피할 수 있는 사법절차를 제시하거나 인도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아쉬워하면서 "한 개인의 양심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 자체가 거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